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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Dec 13. 2022

조명 설계와 디자인

소규모 건축물과 조명 설계라는 분야는 언뜻 생각하기에도 접점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아파트에는 각 공간별로 한두 개의 조명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계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목적에 따라 실제적인 계획을 세우고, 도면 등으로 명시하는 일"인데 당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만 보더라도 너무나도 일차원적으로 "어두워지면 밝힌다"라는 최소한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한 설계인 듯 싶다. 오히려 "이쯤이면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계시리라. 이미 천장 한가운데 고정된 형광등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니 각 방에 하나씩 설치하고 거실은 그래도 돈 쓴 보람이 있어야 하니 목공으로 우물천장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혹시나 가끔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이케아에서 적당한 펜던트 등을 구매해서 식탁에 달면 완성이다.




"조명 디자인은 공간에 있어서 빛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설계이다. 보다 적은 전기에너지로 많은 양의 빛을 확보하기 위한 양적 추구보다 공간을 향유하는 인간에게 보다 쾌적하고 공간과 환경에 목적에 맞는 질 높은 빛의 계획을 하는 것이 지향하는 바이다." (조명 디자인의 역할과 조명산업과의 관계성 - 차인호공간조명연구소 / 월간 더 리빙)


우리 부부가 조명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용도만으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과거의 접근이다.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쾌적"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패시브하우스를 선택한 것도, 복사 냉방도, 조명 설계도 그 공간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며 가치 판단의 중요한 사항이다. 또한 조명은 가장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요소일 수도 있다. 색온도, 광원의 품질, 휘도, 배광 곡선 등 어려운 용어로 말하지 않아도 조명 하나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각 공간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마다 적절한 빛 환경이 있다. 그게 때론 의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그 공간에서 수행하는 행위(음식을 먹거나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려고 누웠거나)를 도와주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상호관계를 내 머릿속으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어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일단 기본적으로 품질 좋은 조명을 사용해야 하고, 그 조명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하며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조명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작년 여름, 대지 구입 후 첫 번째 설계(하우징, 건축사사무소)를 시작하면서 조명 설계도 같이 시작했었다. 하지만 기존의 건축 계획을 완전히 뒤집으면서 결과적으로 착공도 1년 정도 늦어졌다. 이런 우리의 사정을 전부 이해해 주신 조명설계 연구소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인테리어 업체에서 임의로 조명을 배치하는 수준에서 조명 설계가 끝나는 것이 아닌 조명 설계라는 분야가 더 보편적이고 밀접하게 우리 삶과 공간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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