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 May 23. 2023

착공 179일 차 - 2023.05.12

오늘 예정된 작업은 조명 설치를 위한 천장 타공과 바닥의 타일, 그리고 타일의 줄눈 시공이었다. 타일의 줄눈 작업은 순조로웠다. 아덱스 FG4 밤부 색상을 선택하였는데 우리가 선택한 타일과 이질감 없이 훌륭하게 잘 어울렸다. 줄눈을 선택하는 과정도 쉽진 않았지만..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전기 사장님이 현장에 오셨다. 조명팀에서도 천장 타공 도면을 들고 오셨고 도면에 따라 레이저를 띄워 먼저 천장에 마킹을 했다. 보통의 현장은 조명을 설치할 적당한 위치에 타공을 하기 마련인데 엄격하게 계획된 조명 위치를 적당히 맞출 순 없었다. (놀랍게도 조명팀이 아닌 건축사 사무소에서 제공한 원래의 전기 도면에도 천장 타공 치수가 명시되어 있긴 했다. 실제로 그렇게 시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타공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혹여나 잘못 타공 한 부분이 있다면 페인트 시공 전 퍼티로 보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 속의 합판을 뚫는 과정. 실내 목공 전에 조명 계획을 완료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사실 난 천장 타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하지만 방심하면 당한다고 했나? 변경된 조명 위치로 선을 빼야 하는데 천장에 복잡하게 얽힌 환기장치 배관과 이를 감싸기 위한 합판이 천장 속에 보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배선을 따올 수가 없었다. 보통의 천장은 그 속이 뻥 뚫려 있기 마련인데, 우리 현장은 환기장치 배관을 중심으로 천장의 양쪽 부분이 서로 막혀 있는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날카로운 쇠파이프를 망치로 두들겨 잘 보이지도 않는 천장 안쪽의 합판을 뚫었다. 혹여나 환기장치 배관에 구멍이 나면 어쩌나 정말 노심초사했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락은 천장의 깊이가 너무 얕아서 배선 자체를 빼내는데 참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전선이 있는 위치에 타공을 하고 추후에 메꾸기로 했다.




타일의 공정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일단 일전의 미장 팀이 벽면을 미장하면서 콘센트박스를 같이 묻어버렸는데, 이를 알 리 없는 타일팀은 그 위에 그대로 타일을 붙여 버린 것이다. 뒤늦게 전기팀이 들어와서 콘센트를 박스를 찾는데 없으니 곤란한 상황이고.. 결국 예상되는 위치를 드릴로 뚫어 찾아보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위치가 아니었고, 결국 타일을 깨고 콘센트 박스를 찾고 다시 타일을 붙이는 재작업이 필요했다. 타일 가격과 재시공 인건비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화장실에 타일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도막방수가 완료된 바닥을 보양하지 않아 사진처럼 방수층이 모두 훼손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건축주가 현장에서 먼저 발견해서 제보해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했다. 현장에서 각 작업자들에게 정확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작업이 완료되면 확인만 하면 되는 일인데 이게 잘 안되다 보니 현장이 삐걱거린다. 심지어 이 상태 그대로 바닥에 타일을 붙이려고 하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마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가 심하다.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작가의 이전글 착공 177일 차 - 2023.05.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