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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ul 31. 2023

착공 256일 차 - 2023.07.28

화장실에 환기팬을 설치하였다. 사실 절실하게 환기팬이 필요하기보단 환기팬의 전동댐퍼가 필요했다. 최종 기밀 테스트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이 부분의 기밀 성능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기팬은 DALI 릴레이를 사용하여 제어하려고 미리 배선을 다 해두었는데 그걸 또 잊고 상시 전원에 연결해 버려 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배선을 변경하느라 다시 분해했다. 침착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니 계속 실수한다.




그토록 기다렸던 건물번호판이 준비되었다는 소식이 문자로 전달되었다. 사용승인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도로명 주소와 건물 번호판 부착 사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일주일 만에 처리되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자율형 건물번호판 설치계획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반 건물번호판을 신청할 때는 도면에서 계획도와 배치도만 있으면 되지만, 자율형 건물번호판은 별도의 신청서와 디자인 도면도 제출해야 하므로 빠른 사용승인을 위해서는 일단 기본형 건물번호판으로 신청하고 추후에 변경하도록 하자.




화장실 인디케이터도 예뻐서 한 컷. 문을 잠그면 저렇게 빨간색 표시가 보이고 잠금장치를 원래 방향으로 돌리면 다시 녹색으로 바뀐다. 방문에는 얼른 스토퍼를 설치해야겠다. 문 손잡이에 벌써 저렇게 흠집이 났다.




그리고 드디어 환기장치를 가동하였다. 기밀 성능이 좋은 패시브하우스에서 환기장치는 허파와도 같다. 그냥 환기장치에 전원을 넣어 가동하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까지 하는 곳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이지만.


보통 신축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에 적용되는 환기장치는 법적 최저 사항만 만족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 성능이 매우 열악하다. 이게 참 안타까운 게 소비자는 환기장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애당초 없으므로 좋건 싫건 분양 시 포함된 환기장치를 사용해야 하고 이게 최선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비싼 분양가를 지불하고 입주했으므로 당연히 모든 게 최고급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파트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가격이지 건물의 가격이 아니다. 제대로 된 환기장치와 제대로 된 필터 박스를 사용한다면 공기청정기도 필요 없고 전기세 폭탄을 맞을 일도 없을뿐더러 겨울철에 춥지도 않다. 우리 집에 사용한 환기장치모델은 컴포벤트 DOMEKT R 450V로 열교환 효율과 습도 회수 효율이 각가 최대 86%, 91%인 제품이다.


TAB의 핵심은 급배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집의 체적에 따라 필요한 환기량이 있는데 들어오는 공기가 너무 적으면 환기장치가 있으나 마나인 셈이 되고 들어오는 공기보다 나가는 공기가 더 많으면 실내에 음압이 걸릴 수 있다. 기본 세팅값인 급배기 100%에서는 각각 295/440 CMH, 70% 상태에서는 221/306 CMH로 배기가 훨씬 높았다. 보통 급기는 필터를 통해 들어오는 데다 우리 집의 구조 상 급기 배관이 길이가 더 길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바주카포 같이 생긴 장비로 환기구의 풍량을 측정해 일일이 계산한 결과인데 24개가 넘는 환기구를 측정하고 다시 조정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꽤나 지루한 작업이기도 하다.


4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급기 262 CMH, 배기 251 CMH의 적정 값을 찾았다. 환기장치 상에서는 급기는 83%, 배기는 49%로 설정했다. 급기의 여유폭이 다소 낮지만 집의 체적에 비하면 그럭저럭 만족한다. 4% 차이의 양압으로 세팅되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는 작은 틈으로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들어올 일도 없다.


원래는 복사냉방 장치도 같이 설정해야 하는데 업체 사정 상 다음주로 미루어졌다. 복사냉방까지 가동되면 본격적으로 패시브하우스의 모든 요소가 활성화된다.


착공 256일 차 요약

화장실 환기팬 설치

건물 번호판 수령

마루 실리콘 작업 계속

환기장치 가동 및 TAB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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