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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Aug 03. 2023

착공 261일 차 - 2023.08.02

복사냉방 가동 시작!

우리 집은 에어컨이 없다. 대신 복사냉방 장치가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방통 몰탈 속 난방 배관에 시원한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하면 결로가 발생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낮춰야 하는데 환기장치에 공급되는 공기를 과냉각시키면 습한 공기 중 일부가 물이 되어 습도가 낮아지므로 결과적으로 건조한 공기가 실내로 공급될 수 있다.


물론 아파트 및 일반 주택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설비이다. 기밀 성능이 낮은 일반 건축물에서는 외부의 습한 공기가 쉽게 실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습도를 제어할 수 없을뿐더러 건물의 단열 성능이 떨어지거나 열교가 많다면 난방 배관으로 시원한 물을 흘려보내도 그 시원한 냉기가 다 새어나가기(비과학적인 문장이지만 넘어가자) 때문이다. 즉,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전기만 낭비될 뿐 습도는 여전히 높고 집은 시원해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복사냉방 장치가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SA(Supply Air, 급기) 온도가 외기 온도와 비슷한 32도에 육박했지만 이제는 15도 남짓이다. 에코비에서 측정된 습도를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복사냉방 컨트롤러에서 제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습 모듈을 가동한다. 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제습 모듈을 중지시킨다. 이 때는 필터를 거친 외기가 별도의 과냉각 과정 없이 환기장치로 공급된다. 간단하게 여름철에는 자동으로 제습을 하고 건조한 가을, 겨울에는 제습을 중단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복사 냉방 장치는 사실 난방 제어도 같이 엮여있는데 패시브하우스의 난방 부하는 매우 낮기 때문에 패턴 난방이니 그런 복잡한 제어는 필요 없다. 단순히 에코비의 온도 센서 기준으로 실내가 특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접점 제어로 보일러를 가동하는 게 전부이다. 그마저도 난방수의 온도는 40도 정도로 가장 낮게 설정해 두었다. 자칫하면 오버히팅이 되어 겨울철에도 집이 너무 더워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IoT 기술을 사용하여 장치 제어를 자동화하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인데 패시브하우스야 말로 궁극의 IoT를 위한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제어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잘 동작하도록 만드는 게 IoT의 지향점이라면 "패시브"하우스는 단어 그대로 그런 집이기 때문이다.


다만 복사냉방 장치를 가동했다고 곧바로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이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구조체를 식히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그 말은 즉, 덥다고 켜고 춥다고 끄는 게 아니라 24시간 365일 그대로 켜두는 장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려운 제어 없이 항온항습이다.




밤에는 조명설계팀에서 현장을 방문하여 거실 벽면의 새로운 조명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셨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실제로 눈으로 보니 조명 각도를 조금 바꿨음에도 벽면의 요철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지는 효과가 느껴졌다. 이렇게 바꾸고 싶은데 지금 상황에서 추가 시공이 가능할지 참 걱정이다. 더불어 2층 레이스웨이의 완성도를 보시고는 금속 제작 업체를 통해 알루미늄 레일을 제작하는 방안도 제시해 주셨다. 얼른 마무리 짓고 싶은데 참 더디다.


착공 261일 차 요약

복사 냉방 가동

거실 벽면 조명 변경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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