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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Oct 23. 2023

2023.09.23 오픈하우스

오늘의 오픈하우스를 위해 어제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청소를 했다. 오픈하우스가 건축물의 최종 마감을 자랑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건축주로서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손님맞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어제의 공사로 인해 난장판이 된 집을 열심히 쓸고 닦고 소소한 꽃장식도 준비했다.


아침 일찍 현장으로 출발했는데 시공사 대표님이 먼저 와계셨다. 현장 상황을 너무 모르고 계시는 것에 짜증이 났다. 시공사 입장에서 오픈하우스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보통 이렇게 완공된 집을 자세히 구경하며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공사 차원에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고 그 짐을 오롯이 우리에게 떠넘겼다는 것에 기분이 많이 상했다. 특히 어제 같은 경우는 시공사 대표님이나 현장소장님이 직접 오셔서 오픈하우스를 위한 현장 점검 및 최종 마무리를 해주셔야 하는데 관리 감독의 부재가 더더욱 컸다. 어제 설치한 유리 슬라이딩 도어는 제대로 열리지도 않고, 화장실 내부 문틀의 페인트는 삐뚤빼뚤 발려져 있을뿐더러 외부 청소 상태도 불량하다. 현장의 작업자들은 오픈하우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에 애당초 오너쉽을 갖고 일을 하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물론 최소한의 마감 품질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아무래도 현장 상황이 대표님에게 까지 오롯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누가 곧이곧대로 전달하겠는가? "오늘은 건축주 눈을 피해 대충 공사하고 왔습니다"라고 보고할 현장소장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일단은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실내 유리 청소를 대강 마무리 짓고 시공사 대표님이 부탁한 유튜브 촬영을 먼저 진행했다. 조명 자동화, 실내 공기질 모니터링, 블라인드 자동화 같은 내가 직접 우리 집에 적용한 사항들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곧이어 오픈하우스 참가자들도 한두 명씩 현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행사는 1부와 2부 이렇게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정말이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보통은 각각 20명씩 신청자를 받는데 회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오버부킹이 되었다고. 최소 각각 40명은 넘어 보였다. 위의 실내 CO2 농도 변화가 그 증거이다.


사람이 많다 보니 행사 진행도 어려움이 많았다. 수십 명을 모아두고 "이제부터 질문해 보세요"라고 하니 효과적이진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즉흥적인 질문으로 소비되었다. 이럴 바에는 주제별로 사전에 질문을 받고 내용을 추려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주에게는 건축 자금을 어떻게 마련을 위한 대출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마감재 결정은 어떻게 했는지, 시공 견적 외 태양광, 가구 업체 선정 등의 과정에 대해 물어보거나 좋은 설계를 위해 본인의 취향을 발견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요령. 심지어 집을 짓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완공까지의 각각의 단계에서 건축주가 해야 할 일들과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시간 등을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시공사는 겨울 공사를 위해 특별히 조치했던, 방동제를 사용하고 보양을 한 다음 열풍기를 가동했었던 일화나 화물연대 파업등의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어디서도 쉽게 듣지 못하는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복사냉방이나 환기장치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이론적인 자료들은 이미 많은 곳에 공개되어 있다. 실제 체감이 어떤지, 운용 시 주의사항은 없는지 등의 경험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였음 참석한 예비 건축주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질문 시간보다 개인적으로 여쭈어보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예비 건축주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세히 설명드렸다. 많은 분들이 실내 공기질 모니터링에 대해 여쭈어보시던데 우리 집만을 고려한 "특수해"이므로 아직은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 많던 사람들이 돌아가고 남겨진 집을 둘러보았다. 사진처럼 이곳저곳이 오염되고 난리도 아니다.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진행한 행사는 아니지만 아내는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참가자들에게 실내 이동 시 주의할 것을 강조하고 흰 장갑 정도를 나누어줬다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질문도 더러 있었다. 60평인데 집이 너무 작네요, 방을 더 넓게 하지 왜 이렇게 복도를 만들었어요? 커튼박스의 전선은 왜 마감이 안되었나요? 등등 스스로의 잣대에 우리 집을 평가하는 듯한 질문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공간은 취향이므로 원하는 대로 그렇게 지으면 된다. 사용승인이 완료되었다고 마감이 끝나거나 공사가 완료된 건 아니다.


또한 샤워기도 분해해 두고 유리 난간도 있는 힘껏 흔들어볼뿐더러 냉장고는 한참을 열어두던데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냉장고이자 우리의 살림살이이다. 모델하우스로 착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어쨌든 집을 지은 건축주로서 이런 행사에 참석 시 팁을 알려준다면,

내가 무엇을 얻어갈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방문 전 생각하고 정리한다. 모른다는 걸 아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안다는 건 모르진 않는다는 증거이다.

줄자를 가져간다. 건축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감이 없다. 방의 치수도 재보고 각종 사물의 길이, 폭, 높이를 가늠해 본다. 아일랜드 길이가 3500이면 얼마나 큰 건지, 폭이 1200이면 얼마나 넓은 건지 수전의 높이가 900이면 적당한 건지 높은 건지 본인의 기준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건축사사무소에서 잘 설계해 주겠지만 결국엔 우리가 살아갈 공간이니 더블 체크는 필요하다.

이론적인 내용은 협회 사이트에 잘 정리가 되어 있으므로 경험을 물어보는 것이 한정된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경험이기에 맹신하진 말고 대략적인 기준점으로 참고만 한다.

집을 둘러보며 좋았던 점을 기록하고 왜 좋았는지를 반드시 같이 작성한다.

마감재에 너무 현혹되지 않는다. 어차피 마감재는 건축 예산에 달린 것이다.





이렇게 오픈하우스를 마치고 비슷한 시기에 착공을 했던 거제 건축주 부부와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비록 아쉬움의 오픈하우스였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게 이런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생겼기 때문이다. 화분과 케이크를 들고 오신 지인도 계셨고, 집이 너무 예쁘다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방문해 주신 설계사무소 직원과 어머니, 그리고 빈손으로 오기 죄송하다며 휴지나 음료수를 사 오신 분들도 계셨다. 이런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2023.09.23 요약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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