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습니다. 쇼파에 편하게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건강을 생각하라는 잔소리의 시작을 막기 위해 무거운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아서 길 안쪽으로 가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있었고 아파트 단지 건널목을 건널 때는 차 조심하라고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마음속에서 ‘나도 다 보고 있고 알아서 걷고 있는데, 날 뭐로 보고 계속 잔소리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화도 났지만, 뒤돌아본 아내의 얼굴에서 진심 어린 눈빛을 발견하고 나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짧은 산책 시간에 아내가 쏟아내는 말들이 잔소리일까, 아니면 걱정하는 마음일까?
순간, 아내의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서 더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산책을 하며, 일상을 함께 나눕니다. 아내는 나의 무심한 행동에도 항상 내 곁에 머무르며, 스트레스로 지칠 때, 나에게 잔소리라는 따뜻한 말로 위로해 줍니다. 아내가 나를 위해 걱정해주는 모습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아내의 잔소리는 등대와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의 아내, 나의 등대는 항상 내 곁에 머무릅니다. 그녀는 끝이 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나를 향해 빛을 발하며, 나의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끊임없이 도와줍니다.
인생이라는 항해는 한 때는 평온한 하늘과 고요한 바다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거센 파도와 막막한 안개로 인해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 바다 위에 늘 등대와 같은 아내의 잔소리가 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는 마치 끊임없이 빛나는 등대의 빛처럼 보입니다. 그 빛은 어둠 속에서도 나를 인도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삶에서 헤매이며 방황할 때, 아내의 말 한마디는 내게 안정과 희망의 빛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러기에 그녀와 함께라면, 어둠이 깊더라도 등대의 빛처럼 함께 갈 수 있음을 믿게 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일상의 순간에서 바로바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한 사내이기에 일상에서 아내가 하는 잔소리를 들을 때면 불쾌하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에도 갑작스럽게 다친 허리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통증의 빠른 치유를 위해 의사가 권하는 대로 주사 치료를 아무 생각 없이 했습니다. 아내는 물리치료와 투약치료를 건너뛰고 시술부터 하는 의사의 과잉진료와 그것을 분별력 없이 수용한 저의 태도를 나무랐습니다. 아픈 데 어쩌란 말인가? 화도 났지만 조금 지나 생각해 보면 아내의 잔소리가 나에게는 달콤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임을 깨닫게 됩니다. 너무 서두르다 혹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가 깔린 질책인 것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잔소리는 나에게 소중한 관심의 표현이야. 내가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항상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당신의 잔소리가 끝날 수는 없겠지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