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화분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화초는 실내 공기를 개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인테리어 효과를 높여주기에 많은 사람이 화초를 키웁니다. 아이비는 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고, 페퍼민트는 상쾌한 향을 풍기며, 난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처럼 화초는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과 행복을 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느 집에 화초는 쑥쑥 자라지만 어느 집에만 가면 시들고 병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화초를 죽인 적이 많기에 누가 화초를 준다고 하면 겁부터 나기도 합니다.
화초 가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적절한 물 주기와 온도, 습도, 햇빛, 비료 등의 환경 조절입니다. 화초마다 적합한 환경이 다르므로, 화초의 특성과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화초들은 세심한 배려와 지속적인 관심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탓에 병들거나 시들어 버립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과의 관계도 화초 가꾸기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학생들도 적절한 관심, 지지, 격려, 피드백 등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담임교사가 학생과 이런 관계 형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학생상담입니다.
학생상담은 화초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것을 돕는 첫출발이자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조언을 주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의 모색입니다.
그러나 학생상담은 화초 관리와 달리 학생과 더 적극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일방적 관심과 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학기 초 담임과 학생으로 만나는 이 과정이 순조로운 경우도 많지만, 어느 경우는 시작부터 서로가 힘든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가정이나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닌 학생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상담 시간 자체를 기피하는 학생을 만날 때입니다. 나름의 기법을 동원해 다양한 질문으로 말문을 열고자 노력하지만, 아직 학생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탓에 무거운 침묵의 시간만 흘러갈 때 많이 힘듭니다. 마치 형사가 심문하듯이 일방적인 질문과 최소한의 짧은 대답으로 이어지는 경우 상담은 이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경우 가장 기초적인 상황 파악만 한 채 상담을 종결합니다. 그리고 학생과의 레포 형성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예로 수업 전에 다른 학생들과 잡담을 나누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학생의 취미나 관심사를 파악하고, 수업 중에는 그와 관련된 예시나 질문을 제시하여 학생의 참여도를 높여보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학생들의 감정을 공감하고, 학생들에게 적절한 피드백과 격려를 해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그 학생도 말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해 보는 것입니다. 마치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잘 자라는 화초를 대할 때와 달리 3일에 한 번은 물을 주고 주기적으로 환기하고 비료도 주며 어루만지는 화초를 대하듯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특히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그 학생의 장점이 있다면 조금 과도하게 칭찬하며 관심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학생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감정 표현 방법이나 감정 조절 방법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가장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은 자녀들과의 관계 속에 얻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아빠인 저의 관점이 아닌, 그 상황 속에서 저의 아이가 어떤 느낌을 받을지 물어보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학생이 보인 의견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과정 속에 눈빛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다면 상담을 위한 기초 작업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과 만나게 되는 1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마음 열고 대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담임교사로 학생을 만나는 일을 하면서 학생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학생의 자기 주도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교사를 늘 꿈꾸지만, 교사인 제가 아닌 학생이 어떤 감정으로 학년을 마치는지 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은 화초 가꾸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저와 화초가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화초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면, 화초도 저에게 건강과 기분 좋은 향기를 선사하는 것처럼 학생과의 만남에서도 아름다운 의미들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화초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병충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듯이 학생들이 마주한 다양한 문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성적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진 학생에게는 학습 방법이나 목표 설정에 대한 조언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장점과 흥미를 기반으로 삶의 목표를 찾도록 도와주고자 합니다. 나아가 친구 관계나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는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스스로의 감정 조절과 다른 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제가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것은 학생이 지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섣부른 과욕이 아닌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의 공유입니다.
고민이 생길 때 찾아가 말할 수 있는 존재, 함께 아파하거나 분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