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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Aug 22. 2022

내 아이의 첫 사회생활.



아직 만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 너무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많았다. 주변 엄마들은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돌만 지나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너무 어리지 않아요? 말도 못 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걱정 어린 눈빛과 함께 말을 꺼내보지만 다들 의연스럽게 아이고 별일이야 있겠냐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이 말하는 엄마가 있고, 뭐 그냥 믿고 보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라며 어쩔 수 없다는 엄마가 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동학대. 전혀 관심 없는 네 글자였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유튜브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한 영상이 있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었다.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한 아이를 때릴 때가 어딨다고 때리고, 저 자그마한 체구인 사람 아이를 밀치고 잡아당기고 하는지 내 아이가 아닌데도 내 아이가 당하는 것처럼 치가 떨렸다. 아이를 저렇게 싫어하면서 미워하면서 어떻게 보육교사를 하는지 도무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을 늦게 한 탓에, 친구들의 애들은 거의 초등학생이 되었고, 그나마 어린애가 다섯 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 맘이 된 친구들에게 어린이집에 대해 조언을 구해봐도 기억이 안 난다고 어린이집을 다녔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단다. 내가 둘째를 낳기 전이였다면, 왜 기억 안 나냐고 거짓말 치지 말라고 추궁했을 텐데, 둘째를 낳고 보니 고작 1여 년 전 첫째 때 어떻게 했었는지 조차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기억이 안 날 뿐 아니라 상상을 해봐도 안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나마 어렴풋이 기억이 날까 하는 유치원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영상 좀 보지 말라면서, 그런 영상은 정말 몇백 중 하나라고 다 그러는 거 아니고 극히 일부만 그러는 거라고 그냥 믿고 보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덧붙힌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다고


4월 중순이 지나서 이사를 하고 출산을 앞두고 있던 5월 초 남편과 갑작스러운 주말부부에 출산을 하더라도 둘다를 내가 하루 종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 어린이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사실 둘째가 생기기 전에는 만 3세가 되면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둘째에, 이사에, 주말부부에 어쩔 수가 없어졌다. 이런 상황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누굴 원망할 수도 없기에 어린이집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사온지 고작 2주 정도가 된 내가 어느 어린이집이 좋고 어느 어린이집이 안 좋은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만삭의 몸으로 직접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을 검색해보고 전화해보고 직접 가서 상담을 받아보고 하루에 두세 곳의 어린이집을 다니며 상담을 받아봤다. 그중 맘에 드는 어린이집이 한 군데 있었다. 국공립의 어린이집이었는데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한 달 기다려보자고 하고 대기를 걸어 논 후에 출산을 하러 가게 되었다.


제왕절개로 1주일 입원에, 3주를 조리하는 동안에도 어린이집 자리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순서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던 터였다. 더 이상 이곳만 기다릴 수가 없어 집 주변 어린이집이란 어린이집은 다 전화해서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는데 만 1세 반은 자리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내가 대학 들어갈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어린이집 보내는 게 대학 보내는 것보다 더 힘들일인가 싶었다. 예전에 태어나면 바로 어린이집 대기부터 걸으라고 했던 말을 우습게 여겼는데 그 말을 우습게 여긴 벌인가 보다 싶다. 이젠 내가 맘에 드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겨우 수소문하다 아는 지인분이 두어 곳을 추천해주었는데 한 군데는 전화통화가 전혀 되지 않았고 전화통화가 된 곳으로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집에서 조금 멀긴 했지만, 원장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 소문난 이 어린이집은 한 아이가 반을 바꾸게 되면서 자리가 난 것이었다. 이제 나는 맘에 들고 안 들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보내야 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원장님과 대화해보니 그래도 조금 믿음이 갔다. 아무래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처음 다녀보니 괜히 더 불안하긴 했는데 이 선생님이라면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100%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믿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첫째 준이의 사회생활은 시작되었다.


둘째로 인해서 적응기간도 제대로 함께 할 수 없었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주신 덕분인지 혼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아직 노란 버스를 타며 엄마와 헤어지는 것은 눈물을 보일 때도 있지만, 선생님이 찍어주시는 사진을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다행이다. 준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궁금한데 선생님께 물어보기도 괜히 죄송하고 해서 연락도 못하겠었는데 선생님이 늘 먼저 연락을 주셔서 요즘 준이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해주시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어린이집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들도 아셨는지 늘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집에서 나는 준이와 재밌게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어린이집 가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 활동과 놀이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준이에게도 좋은 것 같다. 왜 이제야 보냈나 싶기도 하고 내가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걱정들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후회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결론은 어린이집 보낸 것을 잘한 것 같다. 둘째도 미리미리 준비해서 20개월쯤엔 보내야지.



우리 첫째 아들의 첫 사회생활.

응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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