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어떤 사람일까.

내가 아는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일까,

by 꽃신

꿈을 꿨다. 꿈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엄마가 어느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나는 일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눈물이 났다. 엄마는 초기였음에도 병을 진단받자마자 살림과 일을 다 내려놓았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엄마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어했다. 파킨슨은 퇴행성 질환으로 병이 진행됨에 따라 생기는 증상과 노화로 인한 증상이 상당히 유사한 것 같았다. 모든 증상이 파킨슨 때문만이 아니라 노화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일 수도 있다. 각자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몸은 날마다 조금씩 늙어가고 있고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엄마는 병이 진행됨과 동시에 늙어가고 있다.

나는 암을 진단받고 난 이후에도 나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엄마와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또한 앞으로 내게 남은 날들 중 오늘이 가장 젊고 건강한 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꿈속에서 본 엄마와 할머니는 아마 나였을 것이다. 꿈속에 나오는 인물은 다 자기 자신이기도 하니까. 나는 꿈속에 나오는 엄마와 할머니처럼 늙어서도 내 일을 하며 바쁘게 살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 일이 꼭 직업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내게 삶을 잘 산다는 것은 건강한 삶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떠한 모습이라도 내가 여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툭 뭔가가 건드려졌고 이유는 모호한 상태에서 화라는 감정만 느껴졌다. 혼자 그 감정이 터진 원인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알 수 없었다. 서운한 게 분명 있는데, 이렇게까지 화를 낼 정도인가 싶었다. 급기야 눈물까지 터져서 아이처럼 소리까지 내며 엉엉 울었다.

강렬한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은 의존(인정)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의존적인 사람은 의존욕구를 채우기 바빠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할 겨를이 없고, 정작 '나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부모님과의 관계 패턴은 현재 대인관계 패턴과 닮아있다. 나는 나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시했다. 그것은 나의 생존방식이었고, 성격으로 굳어졌으며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의 욕구를 잘 알지 못한다. 희미하고 옅게 나타나서 내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주저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의해 쉽게 사라져 버린다. 예전의 나는 내가 힘들다는 것을 신체적 증상으로 알아차렸고, 지금의 나는 감정적 반응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습관처럼 일단 여러 번 참는 모양이다. 그 순간에는 이해해서 넘어갔던 일도 머리로 이해했다고 마음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된다. 매번 상대방의 입장이 먼저 헤아려지고 상대방의 욕구가 먼저 보이며, 나의 욕구는 보지 못한다. 충분히 떼를 써도 되었을 때, 엄마를 먼저 생각하느라 머리로 이해하고 내 욕구를 지워버렸던 억울함이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오늘 떼를 쓴 것이다. 스스로 인정해주고 싶지 않은 이유였고, 그런 내게 화가 났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나를 맞출 줄 아는 나도 좋지만, 종종 어린아이처럼 마냥 떼를 쓴다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내 자신에게도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안아주고, 몸을 소중하게 대해주고, 작은 것에도 환호와 감탄을 아끼지 않고, 공격성을 표현하면 받아줄 수 있는. 의존욕구는 이제 내가 스스로 채워주면 된다. 어떠한 모습이라도 수용해 줄테니, 앞으로는 내가 나 자신으로 먼저 존재하기를.


작가의 이전글자녀에게 가장 큰 불행은 어머니가 불행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