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AI 리터러시

by 신구언

내가 AI 리터러시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런지, 내 주위는 온통 AI 알고리즘뿐이다. 특히 쓰레드에서는 새로운 AI 기술 업데이트 뉴스가 90%는 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온통 AI 교육, AI 활용, AI 예술, AI 공모전.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자극하고 더 작아지게 만드는 광고들이 나를 짓눌러온다.


아, 스트레스.


내 채널 구독자는 여전히 17명이다. 이 숫자에서 늘어나면 안 되는 규칙이라도 있나 보다. 어떤 채널은 가만히 앉아서 라면 먹는 숏츠 하나로 구독자 1000명인데, 왜 내 채널은 안 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다. 내가 사람들의 니즈를 못 찾아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짧고 굵은 숏츠로 방향을 바꿔보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가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17명의 구독자 수 때문에 화가 나서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내 문제가 뭔지 찾고 싶어서다.

요즘 무슨무슨 협회도 많고, 연구소도 많고, 강의도 참 많다. 다들 협회장이고 연구소장이고 전문가인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된 걸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콘텐츠 기획, 제작, 제안서 보내기, 공모전 찾아보기. 하지만 제대로 되는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앞으로 잘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불투명하다.


쳇.


답은 두 개다. 그냥 그만두거나, 끝까지 하거나.

나는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그럼 문제를 찾아서 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고비에서 답이 안 보인다.

그러다가 최근 여러 공모전을 찾아보면서 생각이 들었다.


AI, AI 노래를 부르는 이 사회에서,
정작 'AI를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아닐까?

미디어 리터러시 강사를 모집하는 곳에서도 원하는 건 'AI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써놨지만, 실제로는 'AI 활용법' 강의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진짜 AI 리터러시 교육을 해줄 사람을 찾는 곳은 거의 없다.

오늘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에서도 봤다. "내년부터 초중고 AI 교육에 총력"이라는 뉴스 기사. 그것도 결국 'AI 사용법'에 대한 기술 교육을 말하는 거였다.

그래, 좋다. AI 시대에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지. 당연히.


근데 그와 동시에 가야 할 게
'잘 사용하는 법'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처음 사용할 때는 너무나 새로운 기술이었기에, 그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난 후 '중독' 문제가 생겨났고, 그제야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을 교육하느라 여기저기서 아직도 바쁘다.

모든 미디어 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편리하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반드시 함께 생긴다.

AI도 똑같다.

특히 AI는 우리가 사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문제점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걸 그냥 기술 교육만 한다고? 그리고 나서 뒤늦게 'AI 사용 안내 캠페인'을 만들어서 배포할 건가?


AI 기술 교육과 함께 반드시 가야 할 게
AI 리터러시 교육이다.

버추얼 캐릭터를 만들어서 생명을 불어넣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때, 기획자는 그 캐릭터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생길 문제점을 미리 고려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그게 AI 리터러시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AI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한 초등학생이 그 과정을 기록하고 선생님께 공유하면서, 왜 AI의 도움이 필요했는지 스스로 인지해야 하는 것. 아직도 논쟁 중인 'AI가 찾아준 내용이 표절인가, 검색과 뭐가 다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주고, 그 기준에 맞춰 AI를 사용하는 자신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AI 리터러시 교육이다.


그러나 AI 리터러시 교육을 필요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단순히 윤리도덕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것도 문제다.


모두가 AI 교육이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이렇게 전문가가, 협회가, 강의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블루오션에서 건져 올리려는 게
결국 '자극적인 활용법', '눈에 띄는 기술'뿐이라면?

AI 리터러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진짜 AI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교육. 그게 지금 가장 필요한데, 정작 아무도 거기에 관심이 없다.


인기와 돈을 좇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게 너무 많다.


17명의 구독자를 가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AI 전문가, AI 강사, AI 협회를 만들기 전에.

제발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우리가 정말 가르쳐야 하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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