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라서 쓸 이야기가 없네

by 김현
백수라서 쓸 이야기가 없네



이번에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글쓰기는 삶이라는 것. 글은 삶에서 나온다. 직장을 열심히 다니다 보면 쓸 이야기가 알아서 생긴다. 진상 손님을 만난 일. 일하다 발목을 접질린 일. 료랑 싸운 일. 지각한 일.


친구랑 놀 때도 그렇다. 술 마시다 운 일. 새로 생긴 클럽 가본 일. 제주도 여행 갔던 일. 아침에 축구했던 일 등등 쓸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최근엔 아무런 글감도 떠오르지 않더라. 당연하지. 몇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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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그동안의 삶을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일하면서 느낀 점. 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특징. 좋았던 추억. 짜증 났던 일 등등 모든 글감이 내 과거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생생했다. 글쓰기 실력이 모자라 표현은 투박해도 머릿속에선 생생게 그려졌다.


하지만 이젠 그 어떤 그림도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아니 머리가 텅 빈 게 맞다. 안에 있는 걸 어떤 방식으로든 다 끄집어냈으니까. 뭐라도 써보려고 해도 예전 같지 않다. 억지로 아무 주제나 움켜잡아 흰 바탕 위에 던져놔도, 그 문장은 물거리다 내 앞에서 어진다.


글은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데, 억지로 없는 이야기를 지껄이려니 속이 매슥거렸다. 처음엔 몰랐다. 슬럼프인가? 왜 이렇게 글이 안 써지지? 표현이 서툴러도 뭐라도 끄적거리긴 했는데, 이제는 왜 머리가 하얘지지? 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아무것도 안 하니까 아무것도 쓸 게 없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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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글쓰기에 관심이 많을 때 유시민 작가님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봤다. 책 마지막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거라고.


그때는 갸우뚱했다. 원래 내가 겪어보기 전까진 명언이든 격언이든 공감 못하는 법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 삶이 너무 바빠 쓸 거리가 차고 넘칠 땐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글은 온몸으로 쓰는 게 맞다. 글은 곧 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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