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건 무서운 일이다.

by 김현


나이를 한 살씩 먹는 건 무서운 일입니다. 어릴 땐 언제 어른이 될까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30대를 기점으로 한 살씩 먹어가는 나이를 볼 때마다 불안도 늘어갑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내 현실도 그에 맞게 변했으면 좋으련만, 왜 나는 계속 나이만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요?




시간도 점점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며칠 전이 2월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내년이 코앞이에요. 올해만 그럴까요? 내년도 그렇고 내 후년도 그렇겠죠.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간다 느끼는 걸까요? 뒤돌아 봤을 때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요. 마치 5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데 아무 내용이 없어 1초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죽을 때가 됐을 때, 우리에겐 어떤 기억이 남아 있을까요? 특별한 기억. 뚜렷한 기억 말고는 모든 기억이 공허해질까요? 사소하고 일상적이고 평범한 기억들은 하나도 남지 않는 걸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에 끝자락에선 내 기억 속에 어떠한 것들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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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무서운 일입니다. 며칠 전에도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했어요. "야 우리 내년이면 36이야, 좀 있으면 40이야..." 과연 저만 무서운 걸까요? 이 말을 했을 때 섬뜩한 표정을 짓던 제 친구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해요.




하지만 어쩌겠나요?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건데. 시간을 막아 세울 수도 없는 건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인정하기도 힘들어요. 그래도 30대 초반엔 20대 끝자락에 걸쳐 있어서 위안이 됐지만 이제는 아무런 변명거리도 없어요.




이제 이틀 뒤면 전 36입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 40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뭐랄까? 참 이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무섭고 불편하긴 한데 체념하게 되는 것도 있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참 열심히 뛰기도 했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내년은 좀 생산적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자!라고 이야기는 못 하겠어요. 어차피 지금 마음을 먹어도 결국엔 내 마음대로 할 테니까. 그냥 전 뭔가 가슴 뛰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도파민이 뿜뿜 하는. 내 열정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일에 흠뻑 빠지는 내년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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