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이게 참 그런 것 같다. 독서실에 틀어 박혀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 머리를 싸매고 고통을 받아도 아무도 몰라준다. 사람들은 오직 이때만 알아준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을 때. 내 손에 합격지가 쥐어질 때. 그전에는 아무도 내 노력을 안 믿는다.
난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있다 생각했다. 난 그동안의 실패로 많은 걸 배웠다고 믿었다. 하지만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 그들은 내 과정을 보지도 않았다. 내가 흘린 땀방울에 신경도 안 썼다. 그들은 오직 눈에 보이는 결과로만 나를 판단했다.
요즘 난 이걸 많이 느낀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잘 없구나. 걱정. 고민. 불안.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다 보니 알게 됐다. 모두가 날 지지하진 않구나. 나를 못 믿는구나.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도 나를 모르는구나. 하기사, 그럴 수도 있지. 누가 봐도 가망 없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내가 이해가 안 되겠지.
그런데 도전은 원래 수수께끼 아닌가? 도전도 눈에 보이는 성공이 있어야 도전이다. 실패하면? 도전은 헛수고다. 합격지를 못 받으면 그동안의 시간은 의미 없게 느껴진다.
남들은 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모른다.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늦은 새벽, 방 안에 홀로 앉아 어떤 고민에 잠기는지, 남들 눈 밖에서 내가 어떤 도전을 하는지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은 그들의 일상을 살뿐이다. 그러다 한두 번 나를 힐끔거릴 뿐이다.
그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 이해한다. 솔직히 나도 그러니까. 나도 남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늦은 새벽 방 안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 멋대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내 눈에 그들의 노력이 안 보인다고 아무 노력도 안 한다며 비아냥거리진 않는다.
물론 세상엔 끝까지 내 사람을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뭔갈 이루지 않아도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도 있다. 근데 내게는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속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놔서 얻은 것은 허탈함이다. 언제나 솔직한 게 정답은 아니더라. 때로는 속마음을 숨기기도 해야 한다. 공감받지 못할 말은 삼키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예전엔 속마음 숨겼나? 이런 내가 싫어 솔직하게 말했는데, 그 솔직함이 회의감을 불러왔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내가 왜 솔직해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예전처럼 속마음을 숨기는 게 맞을까? 나약함 나태함, 걱정, 고민을 억누르는 게 맞을까?
누구나 나약한 내면을 보듬어주진 않는다. 누구는 그걸 보고 실망하고 누구는 그걸 보고 공격한다.
그냥 예전처럼 센 척을 해야 할까? 또다시 두꺼운 가면을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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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나를 믿는 건 나 밖에 없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다. 이해를 바라지도 말고 믿기를 원하지도 말자. 어쩌면 그게 정상이다. 그게 당연한 거다. 나와 다른 사람이 나를 완벽히 이해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