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없는 걸까?
난 거울 앞에 서서 온 몸을 바라본다. 등은 굽어 있다. 어깨는 말려있다. 턱은 나와있고 얼굴은 굳어 있다.
한숨이 밀려온다. 자세라는 게 그렇더라. 한번 굳으면 잘 안 바뀐다. 나름 고치려고 애쓰지만 잘 안되더라. 운동을 해도 그대로도 병원을 다녀도 미미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몸은 거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내 마음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없는 걸까?
내 몸을 비추는 거울처럼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알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이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다쳤는지.
마음이 아플 땐 견디기가 힘들다. 어디가 아픈지 모를 땐 더 그렇다. 제일 힘들 때가 마음이 너무 아픈데 이유를 모를 때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지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를 때다.
난 그런 상상을 해봤다.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있었으면. 아니려나? 오히려 더 괴로우려나? 내 마음이 생각보다 썩어있다면 그걸 보고 더 싫으려나?
어쩌면 내 마음을 모르는 이유는 내가 날 방어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바라보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의 초라함을 보고 멍해지지 않을까?
그냥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면 우리는 괴로움에 살았겠지. 내 마음이 찢어지고 다치고 상처 입은 모습을 보는 게 고통이었겠지.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모르는 게 낫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 따위 없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