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전히 타인의 눈에 비친 나 자신을 신경 쓴다. 난 많이 벗어난 줄 알았다. 이제는 더 이상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 안 하는 줄 알았다. 아니더라. 난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더라.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난 거짓말을 했다. 잘 지낸다고 별일 없다고. 내 상황을 솔직히 말하면 얘가 뭐라 생각할까? 한심하다 생각할까? 바보 같다 생각할까? 이런 생각이 대답을 망설이는 순간 스쳐 지나갔다.
난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주제를 돌렸다. 다른 이야기가 오갔을 때도 그랬다. 솔직한 내 생각과 다른 대답을 했다. 빙빙 돌리고 흐리고 두리뭉실하게 말하고. 속에 있는 내가 나를 비웃었다. 겁쟁이라고 비웃었고 바보냐고 비웃었고 아직도 그러냐고 비웃었다.
어쩌면 나랑 정말 친한 친구는 아니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친하지도 않은데 솔직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니다. 난 아직 멀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든 솔직해지는 것. 내가 그토록 바라던 추구미에 닿으려면 한참은 더 가야 할 것 같다.
천성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남들 눈치 보는 게 일상인 사람이 몇 년 성찰했다고 쉽게 바뀔까? 타인에 눈에 비친 나 자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했던 나날들. 이 모든 걸 날려버리려면 아직 더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언제쯤 눈치 보지 않을까? 언제쯤 타인의 눈에 비친 나 자신에 주눅 들지 않을까?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족쇄를 풀어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