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기.
진짜 맛있는 된장이었구나!
상대방 말에 웃어주는 것.
타인의 마음을 뺏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싶다. 원래도 알긴 했다. 평범한 내 말에도 웃어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나도 리액션이 꽤 좋은 편이다. 사람을 좀 가리긴 하지만 호감을 얻어야 하는 사람에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어릴 때부터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다.
상대방 말에 잘 웃어주면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난 어떻게 알았을까? 글쎄?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왜 내가 좋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니가 잘 웃어줘서 좋아.라는 말도 들어본 적 없다. 근데 내가 마음대로 결론지어도 될까? 아니지. 직접 겪어봐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난 그동안은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살았다. 내가 이미 충분히 잘해서 그런가? 아마 그런 걸지도. 아무튼 난 웃어줘야지 호응해 줘야지 따위의 생각을 인위적으로 하며 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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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가게에 놀러 온 외국인 손님들 덕분에 리액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날 외국인 손님 한 팀은 우리 가게에서 파티를 열었다. 술도 마시고 피자도 먹고 휴지도 먹으며 가게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먹어 치웠다. 금액은 당연히 상상을 초월했다..
계산할 때가 되자 손님 한분이 카운터로 왔다. 손님은 계산서를 빤히 보더니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해지며 외쳤다. WTF!!! 근데 그 반응이 너~~~~ 무 웃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 반응이 아니라, 아니 이 돼지 xx들 왜 이렇게 많이 먹은거야!?하는 듯한 반응? 난 찐으로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는 걸 보니 손님도 웃더라. 그렇게 우리는 과장 왜곡 1도 안 보태고 30초간 웃기만 했다.
웃음이 진정되자 손님은 내게 물었다. 너도 팁 받냐고. 내가 사장처럼 보여서 저렇게 물어본 건지 아니면 주방 직원인 걸 알아서 저렇게 물어본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손님은 내 리액션이 만족스러웠는지, 지갑에서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말했다.
"We are firend! I like you!"
참 사람이라는 게 웃기더라. 호감을 호감으로만 표현할 땐 잘 와닿지 않았는데, 눈에 보이는 물질로 받으니까 와닿더라. 리액션 좋으면 호감 사지. 알지 나도. 근데, 뭐 크게 중요하겠어? 하는 의심을 5만 원짜리 한 장이 날려버렸다. 허공을 떠다니던 연기가 색을 머금고 보란듯이 모습을 드러낸 느낌이었다. 아하! 상대방 말에 웃어주는 게 생각보다 크구나.
물론, 야 임마 그것도 몰랐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알어?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건 알지. 똥인지도 알고 된장인지도 알아. 근데 저 똥이 얼마나 역한지는 모르잖아? 저 된장은? 얼마나 맛있는 된장인지 알아?모르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찍어 먹어 봐야지! 이번에 알았다. 내가 찍어 먹어본 된장이 얼마나 깊고 맛있는 된장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