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써의 경험은 소중하다. 우리가 독자였을 때를 떠올려 봐라. 이 말은 어떤 글쓰기 책에 담긴 내용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싫어하는 글은 다른 사람도 싫어한다. 내가 지루하게 느끼는 글은 남도 지루하게 느낀다. 난 독자로써 내 글을 바라본 적이 있다. 새롭더라. 어떻게 이렇게 못 쓸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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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언은 인생에도 적용된다. 내가 장사를 한다고 해보자. 난 어떻게 해야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걸 제공해 주면 된다. 친절한 서비스. 맛있는 음식. 깔끔한 위생. 덤으로 가게 분위기에 맞는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이렇게만 하면 손님은 또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고? 남들이 뭘 좋아하는지 우리가 정확히 모르니까.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게 쉬웠으면 아마 모두가 성공하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내가 손님이었던 때를 떠올려보자.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펍에 갔던 경험. 전포동에 새로 생긴 이자카야에 갔던 경험. 집 근처에 오픈한 생면 파스타를 먹었던 경험. 우리는 그곳에서 느낀다. 튀김은 어떻게 튀겼는지. 직원들의 표정은 어떤지. 심지어 테이블은 잘 닦였는지도 하나하나 느낀다. 어디 그뿐일까? 인테리어는 깔끔한지 음악은 어떤 곡들로 선곡했는지도 느낀다. 물론 내가 이런 요소들을 모두 뜯어본다는 말이 아니다. 내 머릿속에 인위적으로 새겨 넣는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느낀다는 뜻이다. 안다는 뜻이다. 떠 올리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나 하니 붙잡아 두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든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욕망을 알기 위해 반드시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다면 베스트지. 그 사람이 진짜 뭘 원하는지 내가 간파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한 것도 없다.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욕망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원하게 긁어주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손님들의 욕망이 궁금하다면 내가 손님이었을 때를 떠올려 보고. 독자들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내가 독자였을 때를 떠올려 보자. 굳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내가 더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