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자몰세 학파의 가르침

by 이호창

7장: 자몰세 학파의 가르침


1절: 깨어있는 마음을 위한 훈련


'거울의 방'에서 나온 후, 나는 며칠 동안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어.


푸른 피라미드의 수정 동굴은 여전히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했지만, 내 눈에는 더 이상 경이로운 유물로만 보이지 않았지.

그곳은 내 비겁함과 할아버지의 원죄가 기록된, 거대한 역사의 증인이자 나의 양심을 비추는 거울이었어.

나는 이전처럼 조급하게 코덱스 데이터에 달려들지 않았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거든.

내 안에도 '아이지스'의 논리가, 더 큰 선을 명분으로 타인을 짓밟을 수 있다는 그 오만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함부로 코덱스라는 위대한 진실에 손을 댈 수 없었어.

내가 휘두르는 칼이 적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할 수도 있었으니까.


내 고뇌를 잠자코 지켜보던 러즈반이 어느 날 아침, 나를 피라미드 앞으로 이끌었어.


"이제, 진정한 훈련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군요, 라두."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지.


"지금까지 당신은 지식을 '쌓는' 훈련만을 해왔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론을 정립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코덱스는 그런 방식으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의식체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의식 또한 살아있어야만 합니다. 깨어있어야만 하죠."


"깨어있다니요? 저는… 잠들지 않았습니다."


내 반문에 러즈반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어.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박사님.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못하죠.

당신의 마음이 이울리안에 대한 죄책감과 할아버지의 과거에 대한 번민으로 가득 차 있는 한, 당신은 코덱스의 순수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당신 마음속의 소음이 모든 것을 왜곡할 테니까요.

우리가 찾으려는 '자몰세 학파'의 첫 번째 가르침은 바로 이 소음을 잠재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깨어있는 마음을 위한 훈련'이죠."


그는 수정 동굴 바닥에서 작은 수정 조각 하나를 집어 내 손바닥 위에 올려주었어.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느껴졌지.


"이것을… 그냥 바라보십시오."


"바라보라고요?"


"네. 분석하지 말고, 분류하지도 말고, 이것이 어떤 광물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판단하지도 마십시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겁니다.

이 수정의 형태, 투명함, 빛이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무지갯빛, 손바닥에 닿는 차가운 감촉…

그 모든 것을, 당신의 온 감각을 동원해서 그냥 느끼는 겁니다."



나는 그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어.

나는 평생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받은 학자였지.

그런 나에게 그냥 '바라보라'니.

하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에, 나는 군말 없이 손바닥 위의 수정을 내려다보기 시작했어.


처음 몇 분은 끔찍할 정도로 지루하고 힘들었지.

내 머릿속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했어.


'이건 석영이군.

육방정계 결정 구조를 가졌고, 굳기는 7 정도.

이 정도 투명도와 크기라면….'


'러즈반은 왜 이런 비과학적인 훈련을 시키는 거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지금 당장 알고리즘을 짜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해야 해.'


'이울리안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그는 아직도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내 마음은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원숭이처럼, 과거와 미래, 분석과 판단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다녔어.

내가 '바라보는' 행위에 집중하려 할수록, 잡념은 더욱 거세게 나를 공격했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어.

나는 고작 작은 수정 조각 하나를 바라보는 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지.


그때였어.

동굴 입구에서 묵묵히 경계를 서던 랄이, 내 쪽으로 다가와 내 앞에 섰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저 깊고 고요한 호흡을 하며, 푸른 피라미드를 응시할 뿐이었어.

그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그의 존재감은 마치 그 자리에 뿌리내린 거대한 바위처럼 단단하고 고요했어.


나는 그를 바라보았어.

그는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지 않았지.

그는 그저, '존재'하고 있었어.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맡긴 채.

나는 문득 깨달았지.

랄이 보여주는 저것이 바로 러즈반이 말한 '깨어있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그것은 신비주의적인 몽상이 아니라, 극도로 예리하고 집중된 현실 인식의 상태였어.

적의 미세한 움직임, 공기의 변화, 자신의 심장 박동까지도 놓치지 않는 수호자의 경지.


나는 다시 내 손바닥 위의 수정을 내려다보았어.

그리고 이번에는, 머릿속의 소음을 억지로 누르려 하지 않았지.

그저 소음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채, 내 의식의 아주 작은 한 부분만을 수정에 고정시키려 애썼어.

마치 시끄러운 시장 한가운데서, 멀리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듯이.


얼마나 지났을까.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후, 아주 찰나의 순간, 기적이 일어났어.


머릿속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멈췄지.


그 순간, 나는 오직 수정과 나, 단둘만이 존재하는 완벽한 고요 속에 있었어.

나는 더 이상 수정을 분석하고 있지 않았지.

나는… 수정 그 자체가 되어 있었어.

나는 수정의 차가움을 느꼈고, 그 투명함 속을 흐르는 빛을 느꼈으며, 수백만 년 동안 이 동굴 속에서 침묵하며 존재해 온 그 영겁의 시간을 느꼈어.


그것은 1초도 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지.

곧바로 내 머릿속은 다시 소음으로 가득 찼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지.

나는 방금, 내 회색빛 세상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진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맛본 거야.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러즈반이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어.


"이제, 첫걸음을 뗀 셈이군요, 라두.

진정한 미로는 코덱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던 겁니다."


나는 손바닥 위의 수정을 굳게 쥐었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겠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것 같았지.

나의 첫 번째 훈련은, 그렇게 고요하고도 강렬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2절: 원소와 에너지, 그리고 조화의 법칙


‘깨어있는 마음’을 위한 훈련은 그 후로도 며칠간 계속되었어.

매일 아침, 나는 러즈반의 지도 아래 수정 동굴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내 마음속의 소음을 잠재우는 연습을 했지.

처음에는 1초도 유지하기 힘들었던 완벽한 고요의 순간이, 점차 2초, 3초로 늘어났어.


그것은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성냥불을 켜는 것과도 같았지.

아주 짧고 희미한 빛이었지만, 그 빛은 분명 내 안의 어둠을 밝혀주었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주었어.


내 마음이 어느 정도 고요함을 되찾았다고 판단했는지, 러즈반은 나를 새로운 가르침으로 이끌었어.


"코덱스를 해독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언어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그는 푸른 피라미드 앞에 서서 내게 말했지.


"박사님, 당신이 아는 과학은 원소 주기율표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죠.

수소, 헬륨, 탄소…

모든 물질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고 분석해서 이해하려 합니다.

하지만 고대의 지혜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했습니다.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방식이었죠."


그는 손을 들어 수정 동굴 전체를 가리켰어.


"바로 흙, 물, 공기, 그리고 불. 이 네 가지 원소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쉴 뻔했어.


'원소라니… 지금 와서 고대 그리스 철학이라도 배우자는 건가.

이건 신비주의를 넘어 그냥 미신이잖아.'


내 표정에서 회의감을 읽었는지, 러즈반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지.


"물론, 박사님이 생각하는 그런 물질적인 원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소란,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근본적인 에너지의 상태이자, 의식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모든 존재는 이 네 가지 에너지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코덱스는, 바로 이 에너지들의 상호작용을 기록한 거대한 악보와도 같습니다."


그는 나를 동굴의 단단한 수정 바닥으로 이끌었어.


"먼저 '흙'의 에너지를 느껴보십시오.

눈을 감고, 당신의 발바닥이 이 거대한 수정 동굴과, 그리고 이 레테자트 산맥 전체와 하나가 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안정감, 뿌리내림, 변치 않는 인내.

수억 년의 시간을 간직한 대지의 기억을 느껴보는 겁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그의 말에 따랐지.

'깨어있는 마음' 훈련 때처럼, 나는 판단을 멈추고 오직 발바닥의 감각에만 집중했어.

차갑고 단단한 수정의 감촉.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가움 속에서 미세한 진동과 따스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지.

내 몸이 땅속 깊은 곳으로 뿌리를 내리는 거대한 나무가 된 듯한, 놀라운 안정감이 온몸을 감쌌어.

나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지.


다음으로, 러즈반은 동굴 한쪽 구석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물소리로 나를 데려갔어.

수정 바위 틈에서 맑고 차가운 샘물이 솟아나, 작은 개울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지.


"이번에는 '물'입니다.

흐름, 적응, 정화의 에너지죠.

손을 담그고, 물의 흐름이 당신의 손가락을 스치는 감각을 느껴보십시오.

그리고 그 흐름이 당신 몸 안의 모든 막힌 곳을 뚫고,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씻어내며 흘러간다고 상상하세요."


나는 샘물에 손을 담갔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내 손을 감쌌지.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에 모든 것을 맡겼어.

그러자 '거울의 방'에서 마주했던 죄책감과 자기혐오의 찌꺼기들이, 그 차가운 물줄기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묘한 해방감이 느껴졌지.


세 번째는 '공기'였어.

이번에는 랄이 내 앞에 섰지.

그는 내게 자신의 호흡을 따라 하라고 말없이 눈짓했어.

그의 호흡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고요했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거의 아무런 간격도, 소음도 없었어.


"호흡은 생명 그 자체입니다."


러즈반이 설명했어.


"우리는 숨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에너지를 교환하죠.

들이쉬는 숨이 우주의 생명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내쉬는 숨은 나의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이 교환의 과정을 온전히 의식할 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깨닫게 될 겁니다."


나는 랄의 호흡을 따라 하며, 내 폐를 가득 채웠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공기의 흐름에 집중했어.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지.

내 눈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미세한 빛의 입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그것들은 내 숨결과 함께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며 동굴 안의 대기와 섞여 들었지.

나는… 말 그대로 빛을 호흡하고 있었던 거야.


마지막은 '불'이었어.


"불의 에너지는 가장 강력하고, 또한 가장 위험합니다.

그것은 창조의 열정이자 파괴의 분노이기도 하니까요."


러즈반은 푸른 피라미드를 가리켰어.


"당신 안에도 불이 있습니다.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의 열기, 코덱스를 해독하려는 당신의 뜨거운 열망.

그리고… 당신이 그 방에서 마주했던 분노와 죄책감 또한 불의 또 다른 모습이죠.

그 불을 마주하고,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나는 피라미드 앞에 다시 앉아,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집중했어.

내 심장 박동 소리, 혈관을 흐르는 피의 흐름, 그리고 내 의식의 중심에서 타오르는 열망의 불꽃.


그 순간, 나는 푸른 피라미드가 내는 거대한 공명음과 내 심장 박동이 하나의 리듬으로 합쳐지는 것을 느꼈지.


내 안의 작은 불꽃이 피라미드라는 거대한 불과 공명하며, 증폭되는 느낌이었어.


그날, 나는 몇 시간 동안 네 가지 원소의 에너지를 느끼고 조율하는 훈련을 반복했어.

그것은 내 이성과 논리의 세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경험이었지.

세계는 더 이상 물질의 집합이 아니었어.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에너지의 거대한 교향곡이었고, 그 모든 것은 '조화'라는 단 하나의 법칙 아래 움직이고 있었지.


훈련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이전에는 그저 무의미한 디지털 노이즈로만 보였던 코덱스의 데이터 스트림 속에서, 나는 희미한 패턴들을 읽을 수 있었지.

어떤 부분은 대지처럼 묵직하고 안정적인 파동을, 어떤 부분은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파동을, 또 다른 부분은 불꽃처럼 격렬하게 타오르는 파동을 그리고 있었어.


‘나는 코덱스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숫자가 아닌 에너지의 언어였고, 문법이 아닌 조화의 언어였다.

나의 진짜 해독 작업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3절: 회의주의의 용해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두 개의 세계에 양발을 걸친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어.

낮에는 러즈반과 랄의 지도 아래,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는 고대의 훈련을 계속했지.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법, 네 가지 원소의 에너지를 느끼고 조율하는 법.


그리고 밤이 되면, 나는 다시 회의적인 학자 라두 마네아로 돌아와, 낮에 배운 그 신비주의적인 개념들을 현대 과학의 언어로 번역하려 애썼어.


'흙의 에너지가 주는 안정감은, 아마도 중력과 내 몸의 평형감각이 뇌에 주는 심리적 피드백일 거야.

물의 흐름이 주는 정화의 느낌은, 신경계를 자극하는 냉수 요법의 일종이겠지.

호흡을 통한 빛의 교환?

그건 분명 산소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환각, 혹은 내재된 시각 정보의 발현일 테고.'


나는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어떻게든 내가 아는 과학의 틀 안에 욱여넣으려고 필사적이었어.

내 이성은 '잘목시스'의 가르침을 미신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과학 현상으로 해석하려 했지.


나는 노트북에 수많은 가설과 방정식을 적어 내려갔어.


'의식 에너지의 양자적 특성에 대한 고찰', '생체 자기장과 고대 기하학의 공명 관계 분석'…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지.

코덱스의 데이터를 에너지의 흐름으로 읽을 수는 있게 되었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는 단계에서 번번이 벽에 부딪혔어.

내 논리적인 뇌가 에너지의 흐름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법칙을 찾으려 하는 순간, 데이터는 다시 입을 닫고 무의미한 노이즈의 바다로 돌아가 버렸거든.


나는 좌절감에 머리를 쥐어뜯었어.


"대체 뭐가 문제인 겁니까!"


어느 날 밤, 나는 결국 러즈반에게 소리치듯 물었어.


"당신들이 말한 대로, 나는 이제 데이터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흙, 물, 공기, 불의 에너지 패턴도 구별할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이 패턴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요!

이건 마치…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는 있지만, 그 악보를 읽을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내 절규를 듣고 있던 러즈반은,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았어.


화면에는 내가 분석하던, 불꽃처럼 격렬하게 타오르는 에너지의 파동이 가득했지.


"박사님."


그가 나지막이 말했어.


"당신은 왜 저 불꽃을 보면서, 당신의 심장 박동을 떠올리지 않습니까?"


"네? 제 심장 박동이라니요?"


"당신은 저 불꽃의 주파수와 진폭을 계산하고, 그것을 다른 데이터와 비교 분석하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저것을 외부의 '객체'로만 보고 있어요.

하지만 '자몰세 학파'의 가르침은, 외부와 내부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 불꽃은 바깥에도 있지만, 당신 안에도 있습니다.

당신의 생명력, 당신의 열정, 당신의 분노…

그 모든 것이 저 불꽃의 다른 모습이죠.

저 불꽃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당신 안의 불꽃과 공명시켜 보십시오.

답은 당신의 머릿속이 아니라, 당신의 심장 속에 있습니다."


그의 말은 마치 망치처럼 내 머리를 내리쳤어.

나는 지금까지 완전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던 거야.

나는 이성과 직관을 결합하려던 게 아니라, 내 오만한 이성으로 직관을 '해부'하고 '분석'하려 했던 거지.

두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려던 게 아니라, 한쪽 날개로 다른 쪽 날개를 붙잡고 있었던 셈이야.


나는 그날 밤, 모든 분석 프로그램을 껐어.

그리고 노트북 화면에 그 격렬한 불꽃의 문양만을 띄워놓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지.


랄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깊고 고요한 호흡을 시작했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어.

그저 내 가슴 한가운데에 집중했지.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내 심장의 박동 소리.

온몸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보내는 따뜻한 펌프.

그리고 나는, 내 심장의 박동 소리와 노트북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파동의 리듬을 하나로 합치려 애썼어.

내 안의 불과, 바깥의 불을 공명시키는 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훈련을 통해 단련된 내 집중력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섰을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어.

내 의식과 노트북 화면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기 시작했지.

나는 더 이상 화면 '밖에서' 문양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어.

나는 문양 '안으로' 들어가, 그 불꽃의 흐름과 하나가 되어 있었지.


그 순간, 무의미하게 타오르던 에너지 파동이, 의미를 가진 정보의 폭포수로 변해 내게 쏟아져 들어왔어.


그것은… 생명의 창조에 대한 기록이었어.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세포가 어떻게 분열하며, 수억 년의 진화를 거쳐 인간이라는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했는지에 대한, 장엄하고도 정교한 청사진.

이것은 단순한 과학적 정보가 아니었지.

그 안에는 생명의 경이로움, 진화의 고통, 그리고 모든 존재를 향한 깊은 사랑의 에너지가 담겨 있었어.


나는 비로소 깨달았어.

코덱스는 해독하는 것이 아니었어. 경험하는 것이었지.


나는 눈을 떴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

내 안에서 오랫동안 나를 지배해왔던 차갑고 단단한 회의주의의 얼음벽이, 마침내 따스한 빛 속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고 있었어.

나는 더 이상 데이터를 불신하는 회의주의자도, 맹목적으로 신비주의를 따르는 신봉자도 아니었지.


‘나는 비로소, 두 개의 세계를 잇는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이성과 직관, 과학과 영성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진,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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