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엄마 이야기
옛날에 어떤 엄마가 예쁜 딸을 낳았답니다.
딸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매일 아름다운 노래로 딸을 깨우고
또 재워주며, 마치 자기 눈 속의 빛처럼 사랑을 했어요.
너무나 귀여워 언제나 쓰다듬어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딸이라 여겼어요.
꽃들도 냇물도 바람도 그리고 새들까지도 길을 멈추고
엄마의 노랫소리를 즐겨 들었어요.
그들은 흡사 하늘의 천국 같은 곳에 살고 있던 거지요.
그러나 죽음이라는 것은 젊음과 늙음, 부와 가난을 따지지 않아요.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 딸의 영혼을 데려갔어요.
엄마는 죽은 딸의 영혼을 돌려주길 간절히 요청하려고
'죽음'의 뒤를 정처 없이 쫓아가게 되었지요.
먼저 '어둠'을 만나게 되어, 그에게 물어봤답니다.
"혹시 내 딸의 영혼을 데리고 가는 '죽음'을 못 보셨나요 ?
보셨다면 어디로 갔는지 제발 말해주세요 !"
"보긴 봤지. 가르쳐 줄께... 하지만 그전에...
딸에게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내게도 들려주어 야해. 어때 ?"
'어둠'이 만족해서 길을 가르쳐 줄 때까지
엄마는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어둠'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을 때,
눈앞에 '가시' 가 나타났어요.
엄마는 '죽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느냐고
'가시' 에게도 물었어요.
"나도 그를 보았어.
내가 꽂을 피울 수 있도록 너의 따뜻한 가슴으로
나를 안아준다면 어디로 갔는지 가르쳐 줄께."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가시나무가 꽃을 피울 때까지
따뜻한 가슴으로 '가시'를 꽉 껴안아 주었답니다.
그랬더니 '가시'는 엄마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어요.
엄마는 다시 또 길을 재촉했답니다.
이번엔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물뿐인
아주 큰 '강물'이 엄마의 앞을 막아섰어요.
엄마는 '강물'에도 길을 물어보았지요.
"좋아 대가를 지불한다면 길을 가르쳐 주지.
그런데 너의 눈은 내가 해님 아래서 여태껏 보지 못하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이야.
그 눈 속에 있는 눈물이 내 물속으로 떨어진다면
너무 아름다운 진주로 변할 거야.
울어봐 어서, 눈물을 흘려달란 말이야."
엄마는 큰 '강물'이 기뻐하며 길을 가르쳐 줄 때까지
쉬지 않고 눈물을 흘렸답니다.
엄마는 다시 길을 재촉했어요.
갈 수 있는 만큼 쉬지 않고 가고 있으려니,
마치 벽을 오르듯 올라야 하는
이상한 언덕에 도달하게 되었어요.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목발을 짚은 한 노파가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노파에게도 길을 물었답니다.
"물론 기쁜 맘으로 가르쳐 주지,
한데 자네의 머리칼은 부드럽고 윤이 나는구먼,
그걸 먼저 내게 주게나. "
엄마는 머리칼을 모두 뽑아서 노파에게 준 다음
목발을 얻어 다시 '죽음'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한 노인이 지키고 서 있는
천국의 문 앞에까지 다다랐어요.
그런데 노인은 엄마의 치아를 요구하며 막아섰어요.
엄마는 노인의 요구대로 이번에는
치아를 몽땅 뽑아주고 문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답니다.
엄마가 문안에 들어가려고 하자
노인은 잠시 멈추어 세우며 말했어요.
"여기서는 모든 영혼들이 꽃으로 환생하네.
어린 딸의 심장 고동 소리는 기억하고 있겠지 ?
조심스레 찾아서
다른 꽃에 손을 대는 일은 없도록 해주게."
마침내 엄마는 갖은 열매를 맺는 나무들과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
눈물처럼 청아한 냇물과
취할 정도로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들이 있는
천국의 마당으로 들어갔어요.
엄마는 딸이 변해서 된 꽃을 쉽게 발견하고는
손을 왈칵 내밀어 잡으려 하였답니다.
그때, 종소리를 실어 오는 바람이 불어오며
한 천사가 엄마 앞에 나타나 물었어요.
"무엇을 하고 계시어요 ?"
"저는 딸을 다시 데려가려고 이곳까지 왔답니다."
엄마는 대답했어요.
"좋습니다. 그런데 먼저 당신께 삶의 운명이란 어떤 건지
보여드리죠. 따라오세요."
천사는 엄마의 오른손을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잡고
앞으로 날아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인생에서 겪어야할 주어진 모든 고통들을
다 보여주었어요.
엄마는 그것들을 보고 헝클어진 온몸을 찡그렸어요.
"이래도 원하신다면, 지금 곧 딸을 돌려 드리죠,
이리로 오세요." 천사가 말했어요.
"아니에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지요,
그것이 가장 잘 있는 것이란 걸 깨달았어요."
피곤함과 고통으로 너무나 지쳐버린 엄마는
얼굴 가득 눈물 자국만 남긴 채
혼자서 집으로 천천히 돌아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