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과 꼬마 목수의 노래

by 이호창

별똥별과 꼬마 목수의 노래



옛날 옛적, 달빛이 은가루를 뿌린 듯 땅을 덮고, 낮의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내려와 춤추는 ‘은빛골’이라는 마을이 있었어요. 이 마을은 밤이면 하늘의 별들이 모두 땅으로 내려와 쉬어가는 듯, 온 세상이 반짝이는 곳이었죠.


마을 한가운데에는 ‘별빛샘’이라는 신비로운 샘이 있었습니다. 이 샘은 그저 맑은 물이 솟는 곳이 아니었어요. 깊은 밤, 달빛을 가득 머금은 샘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는 마법의 거울이 되었답니다. 샘물에 얼굴을 비추면, 그 사람의 가장 깊은 궁금증이나 간절한 꿈이 물결 위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그림이 되곤 했죠.


은빛골에는 열 살 소년, 태오가 살고 있었습니다. 태오는 야무진 손재주와 새벽별처럼 반짝이는 호기심을 가진 아이로, 향긋한 나무를 깎아 작은 장난감 배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새를 만드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어요. 하지만 태오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매일 밤 별빛샘 옆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죠.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그저 나무를 깎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어른이 되면 되는 걸까?”


하지만 샘물은 대답 없이 태오의 흔들리는 눈동자만 담은 채 은은히 빛날 뿐이었어요.


어느 유난히 별이 총총한 밤이었습니다. 태오가 샘 옆 바위에 앉아 조각칼로 나무를 깎고 있을 때였어요. 하늘에서 눈부신 별똥별 하나가 길고 아름다운 꼬리를 그리며 샘물 속으로 퐁당, 하고 떨어졌습니다. 물보라가 튀며 달빛에 흩어지는 모습은 마치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것 같았죠. 태오가 놀라 샘을 들여다보자, 물속에 작은 별 조각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지만,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을 내며 고동치고 있었어요.


태오가 조심스럽게 별 조각을 집어 들자, 샘물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수많은 물방울이 함께 노래하는 듯 맑고 청아했어요.


“태오야, 그건 ‘궁금별’이란다. 너의 간절한 질문이 하늘에 닿아 내려온 것이지. 그 별을 따라가면 네가 왜 태어났는지, 이 드넓은 세상과 네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그 길은 용기 있는 자만이 걸을 수 있는 모험으로 가득하단다. 준비되었니?”


태오의 눈이 횃불처럼 타올랐습니다.


“응, 샘물아! 어떤 모험이든 괜찮아! 내가 그 비밀을 꼭 찾아낼게!”


태오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궁금별을 낡은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다음 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


궁금별이 내뿜는 희미한 빛은 태오를 ‘바람의 공방’으로 이끌었습니다. 그곳은 산봉우리 꼭대기, 구름이 발아래 흐르는 아찔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바람이 망치와 톱이 되고, 소용돌이가 대패가 되어 거대한 바위를 둥글게 깎고, 수백 년 된 나무를 다듬어 기묘한 모양의 조각품을 만드는 신비한 작업장이었어요. 공방 한가운데에는 바람의 정령, ‘휘파람’이 살고 있었죠. 휘파람은 장난기 많은 아이의 웃음소리를 닮은 소리를 내며 태오 주위를 빠르게 맴돌았어요.


“꼬마 목수님, 여기까지 어인 행차실까? 내 공방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겐 꽤 쌀쌀맞은 곳인데!”


태오가 주머니에서 궁금별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별빛샘이 준 이 별이 날 여기로 데려왔어. 나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고 싶어!”


휘파람은 궁금별을 보더니 빙글빙글 돌던 것을 멈추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호, 궁금별이잖아! 그렇다면 넌 아주 특별한 여행을 시작한 거구나. 좋아! 하지만 내 공방을 무사히 지나가려면, 바람처럼 자유롭게 모든 걸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해. 준비됐니?”


휘파람은 태오에게 바람으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자, 이 공방에 널린 게 재료야. 뭐든 만들 수 있어. 튼튼한 책상, 편안한 의자, 빠른 배… 뭐든지!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건 오직 너의 몫이야. 네 마음이 가장 원하는 걸 만들어봐!”


태오는 커다란 나무 조각을 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만약 내가 책상을 만들면, 그건 누군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데 쓰이겠지? 그럼 책상의 쓰임새가 먼저 정해진 거잖아?’


태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휘파람이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꼬마 목수! 맞아. 책상은 누군가 ‘쓰기 위해’ 만들었지. 하지만 너는 달라. 너는 ‘무엇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네가 무엇을 만들고, 어떤 길을 걷고, 어떤 삶을 살지는, 백지와도 같은 너의 시간 위에서 네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려나가는 거란다!”


태오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는 나무 조각으로 튼튼한 책상 대신, 작고 투박하지만 날렵한 돛을 단 배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거야?”


테오가 물었습니다.


휘파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로 그거야! 하지만 잊지 마. 네가 만든 것이 세상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는 항상 생각해야 한단다. 자, 이제 다음 장소로 떠날 시간이 됐어!”



++


궁금별은 태오를 깊은 숲속 ‘거울 강’으로 데려갔습니다. 이 강은 물이 수정처럼 맑아 하늘의 구름, 숲의 나무, 그리고 사람의 마음까지 남김없이 비추는 곳이었어요. 강물 위에는 태오의 웃는 얼굴,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모습,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궁금증까지 비쳤죠. 강 한가운데에는 물의 정령, ‘맑음’이 살고 있었습니다. 맑음은 수천 개의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돌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태오야, 궁금별을 따라왔구나! 이 깊은 강에는 무슨 일로 왔니?”


맑음이 꼬리를 살랑이며 물었습니다.


“나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알고 싶어. 별빛샘이 이 별을 따라가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했어.”


태오가 별을 보여주며 대답했습니다. 맑음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이 강은 네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곳이란다. 강물에 손을 넣어보렴. 네 작은 손짓 하나가 세상에 어떤 물결을 만드는지 볼 수 있을 거야.”


태오가 강물에 손을 넣자, 잔잔하던 수면 위로 수많은 그림들이 파문처럼 퍼져나갔습니다. 태오가 정성껏 만든 장난감 배를 친구에게 선물했을 때 친구의 환한 웃음이 피어났고, 동생에게 나무 새를 깎아주었을 때 동생의 기뻐하는 마음이 강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을 어르신께 튼튼한 의자를 만들어 드렸을 땐, 강물에서 감사함의 온기가 느껴졌어요. 하지만 바로 그 옆에는, 태오가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을 때 친구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차가운 파도가 되어 밀려왔고, 화가 나서 장난감을 부쉈을 땐 검고 탁한 물결이 일렁였습니다. 태오는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왜… 왜 이런 것까지 보이는 거지?”


맑음이 태오의 어깨를 물지느러미로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습니다.


“태오야, 너는 이 세상에 홀로 떠 있는 섬이 아니란다. 네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심지어 마음속 생각까지도 세상과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어. 네가 만든 장난감 하나가 친구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고, 네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너는 어떤 물결을 만들고 싶니?”


태오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럼… 내가 따뜻하고 좋은 물결을 만들면, 세상이 더 따뜻해지는 거야?”


맑음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이지. 네가 사랑과 따뜻함을 세상에 흘려보내면, 그건 강물처럼 퍼져나가 더 큰 사랑을 피워낸단다. 하지만 어떤 물결을 만들지 선택하는 것 또한, 오직 너의 몫이야. 자, 이제 다음으로 가렴!”


++


궁금별은 태오를 세상의 꼭대기에 있는 ‘별빛 언덕’으로 안내했습니다. 이 언덕은 밤하늘의 모든 별들이 땅 위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듯한 신비로운 곳이었어요. 언덕 꼭대기에는 별의 정령, ‘빛나리’가 살고 있었죠. 빛나리는 수만 개의 별빛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은빛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오야,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나! 이제 무엇을 찾고 싶니?”


빛나리가 아홉 개의 꼬리를 우아하게 흔들며 물었습니다.


태오가 별을 보여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마지막 답을 알고 싶어요.”


빛나리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언덕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곳이란다. 너를 이곳까지 이끈 바람, 네 마음을 비춰준 물, 저 하늘의 별… 그리고 너까지, 모두 거대한 우주의 일부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지. 이 언덕을 오르며 그것을 느껴보렴.”


태오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가파르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태오는 바람의 공방에서 배운 자유로운 마음으로 바람을 이겨냈고, 거울 강에서 배운 따뜻한 마음으로 얼어붙은 땅을 녹이며 나아갔습니다.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자, 빛나리가 태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오야, 이제 알겠니? 너는 세상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야. 네가 깎은 작은 나무 조각 하나, 네 얼굴의 미소 한 번, 네 가슴속 따뜻한 마음 하나가 세상을 더 밝게 비춘단다. 혹시… 너는 이 세상을 사랑하고, 만물과 하나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면 어떨까?”


태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제가… 세상을 사랑하도록 태어났다고요?”


빛나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마저도 네가 선택해야 한단다. 책상은 쓰임새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너는 달라. 네가 자유로운 의지로 사랑을 선택하고, 세상과 기꺼이 하나가 되기로 결심할 때, 그것이 바로 너의 가장 위대한 쓰임새가 될 거야. 그러면 너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된단다.”


++


태오가 궁금별을 들고 은빛골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어딘지 모르게 빛을 잃고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별빛샘의 빛도 희미해져 있었죠. 태오는 모험을 떠나기 전보다 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샘물이 다시 속삭였습니다.


“태오야, 이제 알겠지? 너는 세상에 그냥 던져진 존재가 아니야.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네가 사랑과 따뜻함을 세상에 흘려보낼 때, 세상도 너를 사랑으로 안아줄 거란다. 네가 세상과 하나가 될 때, 너는 가장 큰 행복을 느끼게 될 거야.”


태오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샘물아, 고마워! 이제 정말 알겠어. 내가 장난감을 만들고, 친구들을 돕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태어난 이유이자 내가 선택한 길이야!”


태오는 더 이상 혼자 나무를 깎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모아 함께 장난감을 만들고, 마을 곳곳에 작은 쉼터를 만들고, 슬퍼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태오가 만든 작은 나무 배가 강을 떠다니고, 태오의 따뜻한 마음이 마을에 퍼져나갈 때마다, 은빛골은 예전보다 훨씬 더 밝고 따뜻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태오는 마침내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내 곁의 작은 것들을 사랑하고, 나의 기쁨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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