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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Aug 18. 2024

이루어질 수 있는 꿈!

판타지를 실현하는 생활예술의 가치



마장행복음악교실 수업 중, 장소는 마장축산물시장 고객센터


  생활예술은 무엇인가? ‘실생활의 일부분이 되는 예술일반 민중이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실생활에 도움을 준다.’ 네이버 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생활예술은 흔히 전문적인 예술에 참여하는 비생활예술과는 달리 시민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예술로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생활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생활예술 활동은 주로 학교 동아리, 직장 동호회, 지역 동호회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런 식의 활동은 많은 시간과 참여자가 예술 활동을 위한 비용까지도 기꺼이 감수해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에서 생활예술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성동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꿈꾸는 연극 교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성동구의 주민들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세 시간씩 교실 수업이 열렸다. 보통 첫 교시에는 체조와 발성 연습을 했다. 교실 수업이 점차 진행되면서 참여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릴 희곡을 함께 만드는 공동 작업을 했다. 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희곡을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이것이 여러 가지로 벽에 부딪혔다. 우선 줄거리와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주관 측에서는 어떤 내용이든 ‘성동’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참여자들은 경쟁적으로 본인이 거주하는 마을 이야기를 서로 제안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필자의 제안으로 ‘성동구민 노래자랑’이라는 주제까지는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참여자의 숫자, 배우들의 대사 분량 등에서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일어났다. 생활예술의 배우들도 연기 욕심이 있다는 사실을 이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연기력과 상관없이 가능하면 많은 분량의 출연을 원했다. 각기 직업이 있고 평소에는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삼십 분짜리 단편 희곡을 공동 작업으로 만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갈등을 봉합해서 희곡은 다소 거칠지만, 완성되었다. 여기에는 참여자 중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전업주부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다.


  이것보다 더 큰 갈등은 강사와 참여자들의 연습 시간과 관련이 있었다. 참여자들은 공연의 시간이 다가오자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사들에게 연습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사들은 매주 한 번씩 세 시간만을 참여하는 방식이라 정규교실 외에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강사 없이 참여자들만이 참여해서 연습을 이어 나갔다. 그래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연은 올라갔다. 공연 후 뒤풀이에서 이 주제가 중심이 되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사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세 시간 교실 수업으로는 강사료가 너무 적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오후 세 시간이 재단 측과의 계약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더 많은 시간 할애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의 무지개 사업 공모전을 통해서 예산을 지원받아서 성동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사업의 예산을 늘려서 교실 참여 강사들에게도 불만을 해결하고 수강생들에게도 좀 더 강사와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극 교실 사업에 최대 장점이 참여자들을 위한 예산분배이기도 하지만 단점 또한 부족한 예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몇 년 전 가을에 성동문화재단의 ‘성동을 드로잉 한다.’라는 교실에 참여해서 드로잉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도 참여하는 분들의 강사에 대한 의존도는 연극 교실보다 더 심했다. 그 이유는 미술 교실은 도제 방식이기도 해서 강사에게 평소에 그림을 배우고 있는 분들이 다수 참가자로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아리, 동호회 차원의 생활예술 활동과 이런 공공기관에서 사업적으로 하는 생활예술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참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편리함이다. 일반적으로 연극 같으면 동호인들이 연습 장소, 비용, 공연장소, 진행에 필요한 식대, 홍보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성동문화재단의 꿈꾸는 연극 교실 형태의 사업은 주관 측에서 거의 진행을 맡아서 하기 때문에 참여자는 이런 점에서 홀가분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사실 동호회 차원의 생활예술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이런 요소들로 인해서 실제 무대까지 올리지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래서 위의 예는 예술을 통한 자아실현이라는 인간 욕구의 반영이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에서 자아실현 욕구는 가장 상위에 해당하는 욕구이다.


 성동문화재단의 설립 취지는 성동구민이 문화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구민 모두가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배우고, 즐기고, 누리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것은 구민이 생활예술 교실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필자 같은 미술에 문외한 사람도 참여해 볼 수가 있었다.


  직장인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후 ‘꿈꾸는 연극 교실’ 같은 생활예술에 참여하고 있다. 그것은 일상생활의 간단한 일탈에서 출발한다. 열정 면에서 생활예술과 비생활예술과의 차이는 없다. 이러한 깜짝 이벤트 같은 외출, 즉 생활예술 참여의 가치가 사회에 순기능이 된다면 참여자 본인에게도 가치 있는 삶, 즐거움 삶이 될 것이다. 일상의 깜짝 외출이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서 생활예술이 문화로 발전할 때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제 오늘 칼럼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생활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참여할까? 아마도 그것은 평소 막연하게 생각했던 예술의 한 분야를 공공기관이나 재단을 통해 경제적 비용이나 다른 노력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판적 입장에서 생활예술에 접근한다면 개인의 취미에 지나지 않은 예술 참여행위를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것이 맞는가?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어떤 정책에 예산을 투여했다면 그것에 대한 실적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하는 정책입안자 측면에서 본다면 더욱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의 발전이 아마 야구 없이는 불가능한 것처럼 생활예술의 발전은 비생활예술 즉 전문예술의 토양이 될 것이 틀림이 없으므로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상 생활예술에 투여되는 예산의 효과는 당장 그려지고 설계되는 것이 아닌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먼 미래에 보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생활예술은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 세대의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것처럼 정책적인 거시적인 안목과 기획이 필요한 사업이다.


 


  올해 글쓰기 교실 ‘BBC(북, 블로그, 클럽)’가 마장동 ‘마움갤러리’에서 6주 동안 열렸고 참여자 8인이 "생로병사"라는 주제로 각자 쓴 글을 모아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책 제목은 32개의 작품 중 하나인 ‘오이지’로 정했다. 그리고 이 ‘오이지’로 낭독극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낭독극에 맞게 글을 재구성해보았다. 드디어 성동50플러스 센터에서 ‘오이지’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이날 오이지 낭독극이 진행되었다. 낭독극에는 내레이션, 어머니, 영진, 며느리, 삼촌 등이 등장한다. 필자가 맡은 역할은 영진이었다. 어머니와 며느리는 책의 공동 저자 중 두 분이 참여했다. 삼촌은 마장동 주민이자 조합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이 기꺼이 맡아주셨다. 내레이션과 나를 제외한 세 명의 출연자들은 연극, 낭독극이 첫 경험이었다. 오프라인과 줌을 통한 몇 번의 연습은 모두 시간 약속을 잘 지켜 원활히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각 인물들에 조금씩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생활예술에서는 과정이 참으로 중요한 가치이다. 참여자들이 예상보다 더 훨씬 재미있어하고 적극적이었다. 참여자 중 한 분이 ‘낭독극은 새로운 경험, 일상을 떠나 나를 다른 세계, 다른 인물에 점점 빠지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라고 낭독극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그렇다 아주 짧은 오이지 낭독극이 생활예술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술가 요셉보이스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이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셉보이스 관점에서 보면 아주 짧은 분량의 낭독극 ‘오이지’가 참여자에게 예술 활동의 기회를 주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생활예술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tvn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나영석 피디는 ‘무위도식’을 판타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강연에서 실현이 가능한 판타지, 감당할 수 있는 판타지(Affordable fantasy)를 설명하면서 시청자 누구나가 삼시세끼를 통해서 판타지의 실천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활예술은 판타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욕구를 충족시킨다. 현실에서는 늘 그렇게 사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잠시라도 내가 꿈꾸던 일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활력이 되는 판타지를 경험한다. 생활예술 역시 삼시세끼와 똑같은 판타지이다. 이제 정책으로 생활예술의 판타지를 만드는 것이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라 판단된다.



필자의 오이지(공저) 북토크가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열렸다




tvn의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나영석 피디는 ‘무위도식’을 판타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강연에서 실현이 가능한 판타지, 감당할 수 있는 판타지(Affordable fantasy)를 설명하면서 시청자 누구나가 삼시세끼를 통해서 판타지의 실천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활예술은 판타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욕구를 충족시킨다. 현실에서는 늘 그렇게 사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잠시라도 내가 꿈꾸던 일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만족을 느끼고 활력이 되는 판타지를 경험한다. 생활예술 역시 삼시세끼와 똑같은 판타지이다. 이제 정책으로 생활예술의 판타지를 만드는 것이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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