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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면회 스케치

지인을 면회하면서 목격한 구치소 풍경





남부구치소 출처 법무부 교정본부



지인이 구치소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토요일에 면회를 갔다.  구치소 면회는 평일과 토요일만 된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병원에 면회 가보면 '아픈 환자 참 많구나!' 하는 것과 내가 병원에 있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라고들 말하는 것처럼 구치소도 똑같았다.


한 번 면회할 때 15명씩 접견실에서 대면한다. 전광판에 내 면회 순서는 40번째라고 알려준다. 그럼 15명 곱하기 40회라면 최소 면회객이 600명이다. 내가 면회 신청한 시간은 점심때였다. 면회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면회객 인원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루 면회객 숫자가 900명은 족히 될 텐데 이 말은 구치된 사람의 수도 그 정도로 많다는 얘기다. 서울에 구치소가 세 개, 전국에는 얼마나 더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터미널 대합실처럼 생긴 곳에서 전광판을 보며 기다린다. 아직 내 차례는 멀었다. 그래서 우선 지인에게 모처럼 편지를 썼다. 반드시 그곳에 서식으로 되어있는 양식에 직접 작성해야 했다. 집에서 써온 편지는 전달이 안된다는 뜻이다. 옆을 슬쩍 보니 종이 한 장을 펼쳐 놓고 편지에 옮긴다. 사실 편지 쓰기가 그리 쉬운 일상의 행위는 아닌 데다가 지인에게 딱히 이것이다 해줄 말도 없었다. 그래서 건강과 운동이야기 소리만 계속 반복된 편지 쓰기를 했다. 그리고 매점을 구경했다. 군대 PX와 비슷한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간은 매우 작았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나와 관련된 번호와 호실에 신호등 점멸하듯 깜빡깜빡하면서 노란 불이 들어온다. 노란 등 바로 옆 왼쪽 복도를 따라서 내 호실 앞에서 대기를 했다. 지금 바로 면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바로 직전 순서라는 뜻이다. 앞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십 분이다.  면회할 십 분만큼 대합실 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다. 앞사람의 면회 모습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앞은 철문으로 완전 막혀 있었다. 면회 끝나고 나올 때만 얼굴을 스치는 정도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시간은 딱 십 분이다. 한 평 정도 공간에 유리로 칸막이가 되어 있다. 마치 코로나 검사 접수대처럼 얼굴 반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는 유리창이 나와 지인 사이에 설치되어 있다. 내가 들어선 순간  그도 반대쪽에서 걸어왔다. 유리창을 마주 보며 서로 앉았다. 아마도 나처럼 똑같이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화는 서로 스피커로 소통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그곳 생활에 대해서  나름 스피드 있게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구치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돈으로 사서 입는다고 했다.


똑같은 잣대를 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라 밥을 먹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군대를 떠올리면 비슷한 듯하면서도 많이 다른 느낌이다. 보급되는 옷만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돈만 있으면 사입을 수 있다니 말이다.


1식 3찬 외에도 본인 돈으로 김치, 무말랭이, 참치캔, 마늘장아찌를 식사할 때 사서 먹을 수 있다. 또한 두유, 우유, 사과, 귤, 커피, 쌍화차, 보이차, 등 간식 등도 구매가 가능했다. 치약, 칫솔, 팬티, 러닝 등도 보급품이 싫으면 살 수 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이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곳에 있는 많은 사람이 ‘돈’과 관련된 사건으로 말미암아 들어온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지인에게 면회 바로 직전에 영치금 액수를 좀 고민하며 넣어주었다.  이곳에서 돈의 가치는 바깥세상의 열 배로 보면 된다고 한다. 십만 원은 백만 원 정도의 거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돈의 절실함을 더 느낀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옷도 사지 못하고 간식도 못 사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이들이 함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귀찮은 일을  대신해 줌으로써 돈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간식은 그렇다고 치고 최소한의 옷 정도는 동일하게 보급하는  정책은 어떤가? 아니면 매점에서 판매를 안 한다면?




보통 사람들이 마약을 경험해 본 사람을 직접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간혹 뉴스에서나 접할 뿐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마약과 관련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마약 단순운반책부터 마약 제조자, 마약 전문유통자, 마약 흡입자까지 마약 사범의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 한 방에 한 명 이상이 마약사범이라고 했다. 3대 마약은 코카인, 필로폰, 히로인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코카인나무에서 추출하는 코카인이 도파민의 환각 상태는 월등하고 화학제품인 필로폰과 히로인에 비해 부작용이 덜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격은 몇 배 비싸다고 한다. 마약에도 신분 차이가 분명하게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약사범과 관련된 사람들은 주로 경제력이 힘들지만 코카인을 이용하는 사람은 나름 부자라고 귀띔한다




나오면서 보니 구치소는 법무부 교정본부 소속이라고 쓰여 있다.


교정본부는 “믿음의 법치, 믿음의 교정”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믿음과 감동을 주는 교정, 수용자 내면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바꾸는 교정, 법과 원칙에 의한 교정, 혁신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교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출소하는 사람들에게  두부를 먹이면서 다시는 오지 말자 하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내면이 변화되어서 새로운 삶, 새 출발을 다짐할 수 있는 교정정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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