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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Jul 29. 2024

당신은 占을 믿나요?

내 운명을 점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DALL.E 3에서 구동

 

어제 식사하면서 지인이 본인의 자녀가 취업 진로 고민으로 인해 점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젊은 친구들도 점을 보나? 하는 생각에 흥미로웠다. 거리가 가까운 곳도 아닌데 일부러 동탄까지 여자 친구와 함께 다녀왔단다. 점을 보고 나서 두 회사 중에 한 곳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서 점과 너무나도 밀접했던 우리 집 일들이 스쳐간다. 그때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왜 점을 볼까에 대한 화두를 던져본다.


 어릴 적 내가 좀 많이 아프면 엄마는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굿을 했다. 무당을 통해 굿을 하면 웬만한 병은 다 낫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계셨다. 나의 결혼을 위해 날을 잡고 엄마가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굿이었다. 결혼 전에 하는 굿의 이름을 ‘혼인염탐굿’이라고 했다. 혼사가 있음을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 복을 받기 위하여 행하는 굿이었다. 외갓집에는 오래된 단골무당이 있었다. 중요한 대소 행사를 앞두었을 때는 늘 무당과 의논했다. 그 내력은 엄마를 통해 우리 집에도 영향을 끼쳤다. 광나루 광장중학교 근처 길가에 자리 잡은 조그만 집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곳은 기업이 되었다. 부업으로 단골 고객에게 사채를 융통해 줄 정도로 재력이 상당했다. 겉으로 보면 2층 양옥집이었는데 내부로 들어가면 소리의 울림과 방음을 위해서 그랬는지 거실의 층고가 엄청 높았고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앞쪽에 각종 과일과 음식이 차려져 있다. 음식을 쌓은 높이가 평소 제사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음식의 종류도 훨씬 많았다. 차리는 비용도 상당할 듯했다.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서 알았지만 굿판 비용과 음식값은 별도였다. 고객의 형편에 맞춰 음식이 준비된다는 의미였다. 규모가 큰 산악회의 시산제 때 차리는 상차림과 맞먹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하다. 굿판의 구성은 무당 두 명이 보통 교대로 굿을 하고 북을 치는 박수 한 명, 장고 치는 사람 한 명, 피리 부는 사람 한 명, 거기다 음식과 보조를 맞추는 사람들로 보통예일곱명정도가 참여한다.

  2층에는 손님들이 쉴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보통 굿은 장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어떤 굿이든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무당을 통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친가뿐만 아니라 외가의 조상님들까지 출현한다.

보통 무당의 몸을 통해서 조상님이 등장하면 우리 엄마 같은 경우는 누구인지 바로 알아채시고 인사를 하신다.

  “아버님 오셨어요?”

  엄마의 첫마디에서 엄마가 이 조상님을 어떤 태도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오시면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하셨다. 그런데 간혹 엄마가 모르는 조상님이 있을 때가 있다. 엄마가 어떤 조상님인지 갸우뚱하고 있으면 무당이 누구라고 알려준다. 단골무당에게 굿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상님을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조상님이 진짜 들어온 것처럼 귀신같이 사정을 말한다. 난 사실 이 접신(接神)이 굿에서 가장 신기하면서도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왜냐하면 굿 할 때마다 조상님이 언제나 시간 맞추어 딱딱 등장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마석에 모시고 나서 집에서 ‘자리 굿’을 했다. 자리 굿의 의미는 고인이 산소에서 자리를 잘 잡으라고 하는 굿이었다. 단골무당은 ‘자리 굿’은 취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모가 적합한 무당을 소개하여 데리고 왔다. 발인한 날 저녁에 마장동 우리 집 마루에서 자리 굿이 시작되었다.

  이날 온 무당은 굿판이 시작되면서부터 말없이 계속 소주를 마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모가 한마디 덧붙인다.

  “형부가 이렇게 혼자 말없이 술만 드신 거죠?”

그 말에 마치 그랬구나 하고 동조하듯 한편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들이 들리기도 했고, 절규하듯 ‘아버지, 형님, 형부’ 하며 우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마루 공기를 타고 울렸다. 왜냐하면 가족들의 돌봄과 관심 없이 아버지가 혼자서 쓸쓸히 술을 마셨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왠지 서사 구조가 슬픈 사연처럼 들렸다. 굿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많은 친인척들은 무당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들을 하며 감탄했다.

  그 후 ‘자리 굿’이 계속 진행되어도 무당의 행위는 똑같았다. 무당은 혼자 소주를 연거푸 마셨다. 그때마다 이모는 아까와 똑같은 말을 건넸다. 그러다 갑자기 무당이 마루에 쓰러졌다. 아버지 병환의 중대함을 행위로 보여준 듯 해 다시 한번 실내 분위기는 모든 소리가 일시정지한 듯 절대적 침묵 상태를 이루었다. 쓰러진 무당의 다음 행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무당이 갑자기 일어나 아버지로 접신하면서 엄마를 향해 ‘유럽 여행 왜 혼자 갔어? 그럴 줄 몰랐어? 혹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가장 서운해했던 최근의 사건이었지만 엄만 치매와 파킨슨 씨에 걸린 아버지와 유럽 여행을 함께 갈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은 무당으로 따라갔다. 여전히 누워있다. 무당의 퍼포먼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이모가 무당 옆으로 갔다. 그래도 무당은 요지부동이다. 이제는 점차 강하게 무당을 이모가 흔들었다. 이제야 반응을 한다. 얼굴을 돌려서 상체를 일으킨 행동은 그냥 술 취한 취객의 모습이었다. 원인은 술이었던 것이다. 이 행위로 인하여 굿은 대충 끝나 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자리 굿으로 아버지가 자리를 잘 잡으셨을 것이라고 가족들은 서로를 위로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우리 집과 점집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이모에게 정말 용하다는 점쟁이가 있다는 정보를 엄마는 접하게 된다. 그래서 엄마를 모시고 금호동 달동네 점집을 찾아갔다. 가서 보니 무격(巫覡, 남자무당)이었다. 보통 신점에서는 태어난 시를 몰라도 출생 연도와 월, 일만 알면 점을 봐준다. 한편 사주는 태어난 해는 조부모와의 관계, 월은 부모, 일은 나와 배우자, 태어난 시는 후손과 관계있다. 이것을 사주팔자로 관계를 풀이하는 것이 바로 역학이다. 우리 엄마는 점집에 가서 점쟁이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주를 넣고 어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박수무당이 갑자기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노래를 한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주게 저승길이 멀다 다니 아침 전에 갔다 오리다”

 이런 장송곡을 구슬프게 부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책상을 크게 여러 번 치면서 벼락같은 큰 소리로 말한다.

  “감히 날 시험해”

  이 말에 엄마는 정말 놀랬다. 바로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셨다. 하도 잘 맞춘다고 해서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이다. 첫 대면의 이 일로 엄마는 그 후 이 점 집에 푹 빠지게 된다.

  몇 번 더 갔고, 아니 많이 더 갔고 그 점쟁이와 엄마와 관계가 편해질 때쯤 무당은 ‘대주’(大主, 굿하는 집이나 단골로 다니는 집의 바깥 주인을 이르는 말)가 크게 다치거나 아플 수 있다고 했다. 이 당시 대주는 형을 의미했다. 박수무당은 강력하게 굿을 권했다. 그래서 굿 하는 공간을 빌려주는 북한산 숨은 벽 가는 길목 초입에 자리 잡은 국사당에서 결국 큰돈을 주고 굿을 했다. 점쟁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집요하게 접근했던 것이다. 결국 이 박수무당은 굿판 한 번 벌리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박수무당은 과거 점은 비교적 잘 맞췄지만 미래에 대한 점은 늘 불명확하게 전달했다. 나의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노트에 줄을 가로 세로 바둑판 모양처럼 마구 그렸다. 그러더니 이런 틀에 맞는 일을 하게 된다고 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 시기에 삼촌이 59살이라는 나이로 갑자기 쓰러졌다. 현장과 가까운 한양대 응급실로 옮겨졌다. 급하게 수술을 했고 문제는 숨골이라 했다. 그후 중환자실에 오래 계셨다. 

그때 엄마는 여느때 처럼 광나루 무당에게 다녀오셨다.

 “영진아, 살아있는 씨암닭을 가지고 삼촌이 있는 병원 전체를 한 바퀴 돌면 삼촌이 일어난다고 한다, 가서 닭을 좀 사와봐라."

   그래서 중앙시장 가서 생닭을 샀다. 숨구멍을 만들어서 박스에 닭을 넣었다. 그리고 박스에 끈을 만들어서 한양대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들어가서 한바퀴 돌았다. 시간은 딱 십오분이었다. 병원 실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다행히도 닭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의 숨이 병원을 나오면서 자동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닭은 광나루 무당에게 갔다 주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 관습이 몸에 배어있던 시대다 그래서 조상님 잘 모시는 것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고 그래야 자식이 잘 된다는 미신이 아니 신앙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그리고 조상님께 빌거나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무당을 찾아 굿을 하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교처럼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왜 점을 보러 갈까? 우리 엄마가 점을 보려고 했을 때는 대부분 이런 그랬다. 자식은 언제 결혼하나? 아들의 사업은 앞으로 어떤가? 내가 지금 사놓은 부동산이 오르는 시기는 언제일까? 마장동 부동산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렇듯 엄마는 대단한 목적을 이루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장 코 앞에 닥친 현실이 궁금하고 결과가 궁금했다. 마치 문제 푼 뒤 답안지가 궁금하듯.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의 깊은 인연으로 우리 동네에서 사주를 보고 있는 점쟁이 아저씨가 있다. 지금 88세이시고 현재도 우리 동네에서 이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꽤 오랜 세월 동안 엄마가 의지했던 점쟁이 아저씨였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이 아저씨와 인간관계를 끊고 만다. 이유는 점괘 때문이었다.

  엄마가 원하고 바라던 점 풀이가 아니고 반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운이 그렇게 나왔다 하더라도 좀 좋게 포장해서 미래의 꿈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내게 호소했다. 어쩜 그럴 수 있느냐, 사람이 변했다며 나에게 속상함과 서운함을 토로했다. 수십 년 동안 정말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와 이 사건으로 단절이 될 정도로 엄마에게는 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아픈 점괘였다.

  나는 점보다는 가끔 인사와 궁금한 것들에 대한 수다를 목적으로 점쟁이 아저씨와 인연을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그때 일이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아저씨, 그때 생각나세요. 엄마는 꽤 충격을 받으셨어요”

  “난 풀이가 나온 그대로 말해드렸어. 니 엄마 부동산 운세가 하락세라고 이야기했지.”

  “그 운세를 뛰어넘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예를 들어 사주에는 돈이 없는데 잘 사는 사람, 사주에는 덕이 없는데 베풀며 잘 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부단히 노력하고 기도하면 사주도 달라질 수 있지”     

  예전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주 편을 방송한 적이 있다. 3분 차이로 출생이 다른 여자 쌍둥이가 있었다. 둘은 성격도 완전히 달랐고 언니는 가정을 이루고 나름 행복하고 살고 있지만 3분 차이의 쌍둥이 동생은 완전 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도대체 3분 차이의 쌍둥이 자매의 다른 삶을 어떻게 사주로 해석할 수 있는가였다.

  주식을 본업처럼 열심히 매일 거래하고 있는 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늘 오늘 주가는 어떤지 내일은 더 오를지 아니면 떨어질지를 신경 쓴다. 불투명한 미래에 확률을 기대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삶과도 닮은 듯하다. 먼 미래의 가치보다는 당장의 내일이 너무도 궁금하고 불안하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이 해답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종교를 찾을 수도 점집을 갈 수도 있고 명상 또는 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 생긴다.

 생각해 보면 현재 나의 성격, 취향, 문화적 기호, 경제력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기준으로는 아내이다. 사실 점쟁이처럼 아내가 나의 일에 대해 예측하고 예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난 그냥 흘려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알고 보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바로 아내, 친구, 부모, 형제, 자식, 지인이 바로 ‘나의 점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처럼 나를 잘 아는 이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나를 발견하여 지속적으로 행복한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것이 바로 행복한 나의 사주풀이가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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