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야무진 꿈
상견례의 의미는 원래 두 집안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상견례는 단순한 첫 만남을 넘어, 이미 교제를 통해 어느 정도 교감이 있는 상태에서 혼인 승낙을 받고, 예식 준비 과정과 절차를 상의하는 공식적 자리로 발전했다.
오늘 나는 부모의 자격으로 상견례에 참석한다. 내 아들에게 상견례는 훗날 어떤 자리로 기억될까?
아들의 결혼식은 내년 3월이다. 하지만 요즘 세태처럼 우리 사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혼집을 조건에 맞게 구하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서둘렀다. 하여 그전에 상견례 날짜를 잡은 것이 바로 오늘, 8월 30일이다.
경험해 본 친구와 지인들을 만났다.
딸을 둔 친구는 이렇게 조언했다.
“정치 얘기, 회사 얘기, 종교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다 피해야 해.”
친구가 그럼 무슨 얘기를 하냐고 묻자 그의 딸은 단호하게 답을 했다더라.
“아빠는 그냥 웃으면서 밥만 드세요.”
오늘 아들의 상견례를 앞두니, 문득 나의 경우가 떠오른다.
그때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아들이 바로 나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으셨다.
“내 아들은 아들이자 친구이고, 때로는 남편 같은 역할까지 하는 아들입니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아들이에요. “
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우리 엄마와 종친이신 경주 김 씨의 장인어른도 만만치 않으셨다.
”사실, 우리 애 혼처 자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키가 크고 미인이라 미스코리아를 나가라는 말도 많이 들었죠. “진은 따놓은 당상이야” 하는 말을 하는 친척이 한두 명이면 말도 안 합니다. “
내 경우의 상견례는 양가 부모들의 ‘자식자랑 대회’ 같은 거였다.
나도 오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아들의 얼굴을 빨개지게 해 볼까?
사돈관계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지내라는 말이 있다. 참 애매하고 어려운 인간관계의 말이다. 내 주변 사돈관계끼리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대부분 바깥사돈끼리 술로 의기투합했다.
나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우리 아버지는 누나 상견례 겸 약혼식 날, 매형의 아버님과 술로 대작을 나누셨다. 급기야 나중에 양가 아버님들이 즉석에서 노래까지 하셨다. 누나의 상견례 자리는 자녀의 인연으로 이어진 두 집안이 서로 의기투합하는 ‘유대’의 장이기도 했다.
자랑 대신 웃음으로 편안하고 든든한 사돈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자주 만나는 사이면 좋겠지만 가끔 보아도 오래된 친구처럼 허심탄회하게 웃을 수 있는 편한 관계가 되면 좋겠다.
어쩌면 오늘 나는 아주 야무진 낭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지인은 말한다. 사돈과는 일 년에 딱 한 번 어버이날에 만나 식사한다.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번거로움이 줄고 관계는 더 편안해졌다고.
나도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 훗날 미소 지을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을 새로운 가족과 나누고 싶다.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상견례에서 서로의 가족을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하는 그런 편안한 자리로 남길 소망한다.
카르페 디엠
상견례가 끝나면 바로 결혼식이 다가온다. 그리고 생에 있어서 새로운 시작을 빛내줄 둘만의 신혼여행을 떠나겠지? 내가 돌이켜보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신혼여행까지가 살아온 인생에 있어 가장 즐거웠던 정점의 순간이었다. 이를 맞은 두 사람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축복이고 행복이다. 정작 본인들은 정신없겠지만, 인생 뭐 있어? 나도 애들 신혼여행 갈 때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야겠다. 물론 따라갈 수는 없지. 우리만의 낭만을 찾아서 가야겠다.
”카르페디엠! “
선우&다솔! 축하한다.^^
이제 너희의 무대 앞으로!
”나가자, 사모님!, 떠나자, 여행! “
#상견례
#카르페디엠
#신혼여행
#사돈
#미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