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영은커녕 물 자체도 싫다. 발도 닿지 않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두려움. 그런데 삶도, 사업도, 사람 사이도 때로는 그런 물 같다. 가만히 흐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뒤집힌다.
그런데 한탄강 강물이 입을 통해 몸속 깊이 들어왔다. 그것도 몇 번이나 연달아.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물도 무서워하는 내가, 그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말로 다 할 수 없다. 내 몸은 나도 모르게 360도 회전하며 강물 속으로 깊이 빠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이게 뭐지?”
그래도 구명조끼 덕분에 나는 서서히 강물 위로 떠올랐다. 우리 3조의 파란 고무보트가 있었다. 나는 보트 아래 끈을 꽉 잡았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다. 나중에는 왼쪽 어깨도 당겨온다.
래프팅 출발하기 전에 강사가 교육을 시켰다.
“백 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만약을 대비해 설명하겠습니다. 보트가 뒤집히면 배를 머리 위로 밀고 나오세요.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배영 하듯 움직이세요.”
하지만 나는 교육과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다리를 강물 아래로 뻗어봤지만, 바닥은 닿지 않았다. 그래서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끈을 잡고 천천히 숨을 쉬며 진정했다. 그제야 래프팅 도중 보트가 뒤집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었다
함께 래프팅을 하던 3조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길제 형님만이 다른 보트 끈을 붙잡고 있었다. 나머지 조원들은 어디 있을까? 그제야 여유가 생겨 조원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그 사이, 내가 잡고 있는 보트와 내 몸은 서서히 강물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조의 강사 몇 명이 내 보트 쪽으로 왔다. 나를 구하려고 온 것이다.
뒤집어진 보트를 바로 돌리려고 한다. 그러려면 내가 손을 놓아야 한다.
“손을 어떻게 놓을 수 있나요?”
이것은 나의 질문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구조가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손을 놓기 위해 강가 쪽으로 더 갔다. 더 들어가자 발이 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환호성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배가 원 위치되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점프로 배에 올라탔다.
우리 조 강사 한 명은 얼굴이 노랗게 질려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조원을 구하려고 보트 밑으로 들어갔다. 다리와 팔에는 상처가 많아 피가 흘렀다. 그는 선배 강사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선배가 말한다
“왜 돌 쪽으로 갔어?”
“순간 급류가 빨라서 방향 전회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제야 알았다. 강사의 구령에 맞추어 하나, 둘, 하나, 둘을 하며 노를 저어 내려오고 있었는데 우리 보트가 돌과 충돌하며 보트가 뒤집힌 것이다.
일행과 떨어진 나는 혼자 보트를 타고 강사들과 함께 내려왔다. 강가 왼쪽 모래사장에 보트들이 정비 중이었다. 내가 맨 마지막에 도착하니 조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니 정말 기뻤다. 오늘 처음 만난 조원들도 있었지만, 이 순간 인연의 깊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뒤에 따라오던 1조의 보트의 구조 손길로 나를 제외한 전원이 한 배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죽는구나”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을까?”
“순간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숨 쉬는 게 상당히 불편했다”
그건 조원들이 공유한 ‘공포와과 가까웠던 체험’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우리 조원들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성동구상공회 임원 DMZ 워크숍으로 1박 2일로 철원에 왔다. 주최 측의 컨셉은 안보관광인 듯싶었다. 첫날 오전에는 제2 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관람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래프팅을 한 것이었다.
고무보트를 끌고 래프팅이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출발 지점이 어쩜 지금은 고향과도 같다. 내 소중한 것들을 두고 온 그곳으로 무사 귀환 했다. 보관함에 있던 휴대폰을 보았다. 그 사이에 몇 번의 전화가 와 있다. 우선 회사에 전화를 했다. 구청과 일이 잘 되었다고 한다. 아내와도 통화했다. 조금 전 이야기는 안 했다. 참 잘한 듯싶다.
강사의 말대로 백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험을 했다. 일반 사람들은 경험하기 힘든 체험을 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대박’이다. 그래서 바로 좋은 일들이 생긴 듯하다.
래프팅 이벤트는 워크숍의 남은 여정 내내 주요 화제였다
저녁에 회장님이 건배사를 한다.
“안보가 있어 우리가 평화롭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평화’라는 단어가 다른 때와 달리 정말 반갑게 들린다.
3조, 지금 얼마나 평화로운가?
그렇다. 물에 빠진 이후 일정에서는 둘째 날도 그렇고 모든 이야기는 래프팅 전복으로 귀결되었다.
함께 생사를 나눈 우리 조원의 이름을 조각하듯 깊게 새긴다, 또한 우리의 조의 구조를 함께 해준 해상구조대의 이름도 함께 말이다. 3조 김길제, 김영진, 김제명, 김준성, 김진하, 원성식, 이기향, 이희재, 황인구, 해상구조에 투혼을 발휘해 준 임정옥, 이지희, 백규출 대표님 이름도 남긴다.
1박 2일 안보관광 워크숍을 준비해 준 회장님과 국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국장님, 잠시라도 없으면 ‘허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주셔 감사합니다. 자 모두 잔을 들어주십시오. 건배사를 제안합니다.
빠지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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