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4]
분홍빛 입술이 전하는 말
[봄에게 보내는 편지 04]
분홍빛 입술이 전하는 말
박순동
무채색 가지마다 올망졸망 매달린 저 작은 입술들을 좀 보세요.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양지바른 언덕 위, 당신은 어느새 이렇게 가까이 와 계셨군요.
아직은 딱딱한 나무껍질이 버거울 법도 한데, 연분홍빛 꽃망울들은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얼굴로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밉니다.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는 저 기특한 인내를 봅니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터져 나올 것 같은 저 꽃망울 안에는 얼마나 많은 햇살과 바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수줍게 오므린 봉오리들이 활짝 웃음을 터뜨리는 날, 세상은 비로소 당신의 향기로 가득 차겠지요.
그 눈부신 찰나를 기다리며, 나도 당신처럼 고운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26.3.13. 순동. 매화 꽃망울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