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5]
양지의 약속
박순동
햇살이 유독 정답게 머무는 자리, 그곳엔 당신이 남기고 간 지장 같은 꽃망울들이 점점히 박혀 있습니다.
얼어붙었던 시간의 매듭을 풀고, 파릇파릇한 생기를 머금은 채 조심스레 얼굴을 내미는 새봄의 눈동자들. 사진 속 저 여린 봉오리들은 아마도 지난밤 달빛 아래서 서로의 수줍은 꿈을 이야기했겠지요.
“이제 봄이야.”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거친 나무껍질 사이로 피어나는 저 부드러운 분홍빛은, 시련 뒤에 반드시 찾아오는 따스한 약속과도 같습니다. 당신이 내민 저 손을 잡고, 나도 이제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보려 합니다.
26.3. 15. 순동. 오패산 홍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