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06] 다시 사랑을 믿어도 될까요

by 박순동

[봄에게 보내는 편지 06]

다시 사랑을 믿어도 될까요

박순동


문득 길을 걷다 멈춰 서서 하늘을 본다.

다시 사랑을 믿어도 될까, 스스로에게 묻는 목소리가 떨린다.

사랑은 어느 날 연기처럼 떠났고 나는 그 자리에 화석처럼 남겨졌는데, 계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안한 기색도 없이 돌아와 내 어깨를 툭 건드린다.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세상의 색깔들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본다.

나만 이별의 그늘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울컥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아주 미세하게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이 작은 움직임, 다시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들고 싶어지는 이 마음을 떠난 이에 대한 배신이라 부르지 않아도 되겠지.

너를 닮은 이 계절이 내민 손을, 이제는 조심스레 잡아보고 싶다.


26.3.20. 순동 다시 찾아온 봄날에

봄에게 보내는 편지 13통을 모두 써서 화,금,일요일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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