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자백, 그 환한 몸살

by 박순동

봄의 자백, 그 환한 몸살

박순동


하늘이 너무 투명하여

숨겨둔 속마음조차 부끄러운 날이다.


눈부신 빛의 문장들이 쏟아져 내려

그늘에 묻어둔 진심이

갈 곳을 잃고 서성인다.


겨우내 결빙을 견딘 매화는

가장 먼저 붉고 하얀 열병을 앓고,

마른 가지 끝에 지독한 몸살처럼 터뜨린 꽃 한 송이—

그 향기마다 오래 삭힌 신열이 매달려 있다.


낮게 엎드린 복수초가 언 땅을 밀어 올리며

노란 고백을 시작하면,

생강나무의 알싸한 향기가

마른 공기를 흔들며 뒤늦게 따라 앓는다.


담장 너머 산수유는 노란빛의 열기를 번지고,

그 뜨거움에 놀란 목련은

하얀 등불 하나 켜 들고

하늘 앞에 조용히 머문다.


개나리는 담장마다 노란 불을 질러

온 골목이 열병처럼 번져가고,

진달래는 빈 산등성이에 홍조를 올리며

오래 삭혀온 그리움을 수줍게 토해낸다.


꽃들은 저리도 먼저 와

환하게 아파하고 있는데,


나는 이 맑은 봄날에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투명한 햇살 아래 가만히

늦은 마음을 씻어내는 중이다.


26.3.25. 맑고 투명한 봄날에 순동.


매화-붉은_20260322_095152875_07.jpg


산수유_20260322_095152875_10.jpg


KakaoTalk_20260324_084409347_09.jpg
개나리_20260322_095152875_01.jpg


KakaoTalk_20260322_094958687.jpg


작가의 이전글달빛이 머문 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