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자백, 그 환한 몸살
박순동
하늘이 너무 투명하여
숨겨둔 속마음조차 부끄러운 날이다.
눈부신 빛의 문장들이 쏟아져 내려
그늘에 묻어둔 진심이
갈 곳을 잃고 서성인다.
겨우내 결빙을 견딘 매화는
가장 먼저 붉고 하얀 열병을 앓고,
마른 가지 끝에 지독한 몸살처럼 터뜨린 꽃 한 송이—
그 향기마다 오래 삭힌 신열이 매달려 있다.
낮게 엎드린 복수초가 언 땅을 밀어 올리며
노란 고백을 시작하면,
생강나무의 알싸한 향기가
마른 공기를 흔들며 뒤늦게 따라 앓는다.
담장 너머 산수유는 노란빛의 열기를 번지고,
그 뜨거움에 놀란 목련은
하얀 등불 하나 켜 들고
하늘 앞에 조용히 머문다.
개나리는 담장마다 노란 불을 질러
온 골목이 열병처럼 번져가고,
진달래는 빈 산등성이에 홍조를 올리며
오래 삭혀온 그리움을 수줍게 토해낸다.
꽃들은 저리도 먼저 와
환하게 아파하고 있는데,
나는 이 맑은 봄날에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투명한 햇살 아래 가만히
늦은 마음을 씻어내는 중이다.
26.3.25. 맑고 투명한 봄날에 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