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그 붉은 망설임 시리즈를 시작하며

by 박순동

[서문] 진달래, 그 붉은 망설임 시리즈를 시작하며

박순동


봄은 산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속 분홍빛 설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구상하며 저는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걸었습니다. 능선 양길 옆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 속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 병을 곁들이며 세 시간 넘게 그들과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꽃그늘 아래서 잔을 기울이니,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내게 건네는 수줍은 첫사랑의 인사였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는 외면하고 싶을 만큼 강렬한 유혹이었습니다. 그 취기 어린 시간 동안 저는 진달래의 눈동자를 보았고, 가지 끝에 매달린 팽팽한 그리움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진달래 능선 위에서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꽃빛을 띄워 마시며, 가느다란 꽃술의 떨림 속에서 차마 내뱉지 못한 고백들을 시로 길어 올렸습니다. 이 8편의 시는 북한산의 바위와 바람, 그리고 그 위에서 함께 취했던 분홍빛 생명력이 제게 건넨 내밀한 대화의 기록입니다.


너무 진한 선홍빛에 마음이 데일까 겁이 나 등을 돌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저는 그 화사한 유혹 앞에 기꺼이 투항하고 말았습니다. 이 시들이 독자 여러분의 가슴에도 지워지지 않는 '붉은 망설임' 하나쯤 남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번주 금요일부터 제1편 '진달래 사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분홍빛 능선을 걸어볼까요."


북한산 진달래 능선, 그 꽃그늘 아래서 박순동 올림

화,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