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편지
박순동
하루 종일
창밖은 우울한 수채화.
지친 색들이
조용히 흘러내린다.
빗방울은
유리창 위에
질문들을 그려내다 지우다
묻고, 지우고,
다시 쓰는 그 반복 속에서
낮게 깔린 구름은
침묵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하늘의 어깨를
서서히 내려놓는다.
시간이 흘리다 놓친
편지 한 장,
물에 젖은 기억처럼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오랜 약속 하나.
빗소리만이
지속되는 독백처럼
나의 말을 대신하고
나는
창밖의 흐릿한 윤곽 속에서
오래된 그늘 하나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2025. 0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