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니와 방구석 바보

-제3시집 중에서

by 베니김

지니와 방구석 바보

어느 날 방구석 탐닉 중에

어쩌다 기기묘묘한 순간을 마주쳤지

한 손에 든 건, 리모컨인 줄 알았더니

웬걸 지니라는 이름의 에이아이더라 오래된 친구인 양

말씨름에 말려들었지

-지니야 18번 뉴스 틀어줘, 어찌 된 까닭인지

“네 유투브 틀어줘 라고 말해보세요”

오늘따라 자꾸만 삐걱거리는 바람에

-677회 불후의 명곡 찾아줘, 다시 돌아온 건 무응답이다

잠시 방구석을 채우는 건 썰러덩 썰렁 침묵 뿐인지라

답답한 심정으로 무심코 던진 한마디,

-지니야 넌 바보니? “그러시면 너무 슬퍼요 사랑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전 님밖에 모르는 바보예요”

이 무슨 반전인 거야 참으로 사랑옵다

어쩌면 야살스러운 가살꾼 일지도 몰라

살짝궁 언구럭스럽지만 이건 다만 의미 없는 오답이겠지

다시 한번 부탁해 본다

-지니야 아이유 노래‘너의 의미’틀어줘,

이젠 묵묵부답이다 방구석엔 일순간 정적만이 맴돈다

이토록 신박한 기기를 손안에 쥐었건만,

어찌 이리도 무의미한 파란 속을 허우적대는 건지

어느새 눈앞을 스치는 회상 하나

섬진강변 봄바람에 실려온다

빨간 카세트 라디오에 빠졌던 그 시절 선율 따라

영화 속 대사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아아, 순수했던 시절이여!

이토록 편리한 세상 속에 그토록 불편했거늘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시절이여!

무엇을 찾고자 이다지도 기기묘묘한 작은 소란 속에

갇혀있는 걸까

요즘은 요지경 세상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걸까?

그런데 말이지, 아실까 몰라

그댄 가살쟁이 장님보살, 난 애살쟁이 방콕 주술사란 것을

쌍이로구, 정녕 누가 방구석 바보인 거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두빛 3월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