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3시집 뻐꾸기소리 곱다시 영글어가걸랑

오란비

by 베니김

오란비가 추적인다

연두의 여름을 밀어낸다

파들거리는 초록 잎새는

연두빛 시간을 지키겠노라고

짙어지는 초록 내음 속에

나는 망설인다

잊어야 하는 건데 잊지 못한 채

후드득후드득— 빗소리에

어느새 제철도 아닌, 여름도 아닌

또 하나의 계절이 나를 가로막는다

세월은 이정표 없이 흐른다

이런 걸까, 그런 걸까

애초에 그랬을지도 몰라

나만 홀로 눈치채지 못했을 뿐—

그렇게 또 그렇게

오란비는 한바탕 나를 밀어내고

이울어가는 자취만 남길지도 모른다

여름비.jpg


작가의 이전글지니와 방구석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