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말, 그리고 무장해제의 순간
양쪽 다리 길이가 조금 달라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마치고 다시 길이를 재보니, 신기하게도 얼추 맞아 있었다.
“와, 선생님 신기하네요.” 내가 감탄하듯 말했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돼요. 편안하게.”
그리고 다시 침을 놓으며 커튼을 닫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싶어 하던 성향이
어린 시절부터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은
본질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고 알아주는 어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말 그대로 무장해제가 되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어,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도덕적이거나 위대하다고
이상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질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어른을 만나는 건
여전히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