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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샘 Jul 26. 2021

글보다 삶이 소중하다.

세상은 감사한 것 투성이구나.

 지인분이 책장이 비좁아졌다며, 가지고 계신 책을 나눠주셨다. 반갑고 감사한 일이었다. 책을 고르는 일은 돈과 마음과 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돈과 지식도 만만한 문제는 아닌데 마음은 더 그렇다. 선뜻 시간을 투자하고 집 안의 자리를 마련해서 책을 들여놓는 마음. 책을 쓴 이는 물론 책 안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이들과 대화하는 마음.


-특히 한동안은 책이 흔들면 흔들리는 마음에 감당이 안 되어 앓던 나에게는 읽어주는 <마음>이 참 고맙더라.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을 다시 읽겠다고 꺼냈다가 한 동안 책 한 권도 더 못 읽게 된 적도 있었다.-


 대신 수고해서 고르고 모은 책을 주신다니 얼마나 큰 선물인가. 생일 전 날, 포장된 선물 상자 안이 궁금해서 상자를 흔들어보는 아이 마음이 이럴까?책이 든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목록을 확인해 봤다.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도 보였다.


 대학생 때, 교수님 연구실에 잠시 앉을 기회가 있었다. 커피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나고 벽면 가득 책이 빼곡했다. 책장을 따라 가면 창문으로는 잔디밭이, 잔디밭 곁을 걷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멋진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생뚱맞게 시샘하는 소리를 했었다.

 "박완서 작가님은 소재가 얼마나 많으셨겠어요?"

 싱아를 씹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에서 박수근 화가와 인연이 있던 시절까지 시샘하는, 내 철없고 욕심 많은 시선이 보이셨을 텐데, 교수님의 말씀은 잔잔하고 인자하셨다.


 "인생에 굴곡이 생겨야 글을 쓸 수 있는 거라면 글은 쓰지 말아야지. "


 우문현답이었다. 다시 한번 교수님 방에서 교수님께서 타 주시는 따끈한 차 한 잔을 받아 들게 된다면 고마운 마음부터 전하고 싶다.

  허리가 아파서 꼼짝없이 누워있다가 창 밖에 노란 달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세상에~어찌 그리 어여쁜지. 아이스크림을 떠서 까르르 터져 나온 아이의 웃음 안으로 한 숟가락 넣어주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살면서 감탄하곤 한다.

그림을 그려주는 딸도 나를 감탄하게 한다.

 박완서 작가님의 세상을 다독다독 토닥이시는 손은 보지 않고 헛된 것에 곁눈질했던 철부지였음을 반성한다.


남은 말 1. 교수님, 잘 지내시죠?


남은 말 2. 나눠주신 책은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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