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샘 May 31. 2020

에코랜드에 기차만 있다고?

곶자왈 숲해설

 돌은 낭에 의지하고 낭은 돌에 의지하는 곳이 있다.


 흙은 너무나 얕아서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돌밭이었다. 모난 돌이 심술궂게 튀어나와 잠자리도 농사도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도 개간하지도 집을 짓지도 못 했던 땅. 그 땅이 만년지기 숲이 되었다.

 처음에는 씨앗이 하나 우연히 날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씨앗은 본능적으로 물길을 찾아 발을 뻗어보았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돌에 부딪치고 멍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는 죽음을 의미했다.

 돌인들 사방에 닿는 것이 차갑고 단단한 돌덩어리뿐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억겁의 시간이 무거웠다. 그 틈에 씨앗이 날아든 것을 눈치채기나 했을까? 그 역시 지나가는 바람이다 싶었겠지.

 그런데 고 작고 여린 것이 자꾸 발을 뻗었다. 이 땅에 함께 하자고, 나무뿌리는 돌을 안고 컸다. 나뭇잎은 돌 사이로 떨어져 함부로 굴러다니지 않게 틈을 메웠다. 덩굴이 뻗고 이끼가 끼고 그렇게 곶자왈이 만들어졌다.


 해설 선생님은 돌을 안고 자란 나무 앞에서 유난히 이야기가 길었다. 나도 순간 눈물이 나려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아이들에게 예쁜 기차나 태워주려고 방문했던 에코랜드였다. 기차를 타고 가다 역마다 내려서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일행이 있는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선택했던 숲해설이었다. 아이들은 '해설'이라는 말에 처음부터 불만을 터뜨렸다. 박물관에서 여러 번 뜨거운 경험을 한 아이들은 시작부터 지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자박자박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노루귀꽃을 보여주신 선생님께서 어느 부분이 노루귀를 닮았냐고 물어보셨다. 닮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꽃을 뒤집어 털이 난 곳을 보여주시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지나치기 바빠서 알아봐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선생님께서 나무에서 따다 주신 버섯 조각은 너무나 향긋했다. 혹시 독버섯을 준거면 어쩌려고 덥석 먹었냐고 선생님께서 유쾌하게 웃으셨다. 입 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던 버섯향으로 흥겨웠던  당시가 기억된다.


 곶자왈 숲은 대견하고 고맙고 대단한 곳이었다. 제주도 에코랜드에 간다면 숲 안으로도 들어가 보길 권한다.

 

작가의 이전글 배춧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