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끼는 방법

by 바투바투

자아 탐구는 정말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나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고, 누군가 나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임에도 딱 하나 감이 하나도 잡히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나를 아끼는 방법이다. 오죽하면 올해 목표를 나를 아끼는 것으로 정할까.


아마도 나의 우울증의 시작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 직장 내에서의 폭언과 성희롱으로 인해 공황장애, ADHD, 분리불안증까지 생기며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지금에 와서는 조금 후회된다. 나를 위해서 참지 말걸.


그 뒤로 창업 준비를 위해 회사를 3개월 단위로 적응과 이직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였다. 매 순간이 적응과 긴장의 반복이다 보니 심적으로 부담이 쌓였었나보다. 거기다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도 놓치기 어려운 경험이라며 참았더니 결국 이명이 들리고, 어제 내가 누구를 만났고 뭘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한 단어를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고, 집에 잠시라도 혼자 있기 힘들어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나란 사람 자체가 너무 불안정하다.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지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러지 말자고 매일 다짐한다. 그럼에도 이유 없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서 남들보다 정신력이 약한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지금까지의 인생도 버거웠는데 앞으로도 그 선택을 하지 않고 버틸 자신이 없다.


그래서 조만간 우울증 약을 처방받으러 가기로 했다. 나는 어릴 때 기억의 시작점부터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과연 이걸 떼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한편으로는 다른 보통의 사람들처럼 일반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긴다.


우선 나를 아끼는 방법으로 오늘은 자신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예쁜 귀걸이도 몇 개 사고, 평소에 사지 않던 옷도 사고, 나를 힘들게 했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했다. 마음이 홀가분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불쌍했다. 다른 사람의 애정을 바라기 전에 나 자신부터 나를 아낄 줄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아껴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내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애정이 배제된 나의 목표들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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