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시. 불안한 마음에 잠못 이루는 예비학부모 멘탈잡기
2026학년도 초등 신입생 입학식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갓 태어나 핏기도 가시지 않던 꼬물이가 그새 커서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라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니 첫 아이라면 감회가 무척 새로울 것이다. 지금쯤이면 심혈을 기울여 고른 아이의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를 아이 방에 걸어놓고, 입학식 때 입을 옷도 장만해 두었으리라. 학교에서 받은 신입생 안내문을 수시로 읽으며,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문득 내 아이의 행동을 보며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감과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리라. 여러 감정으로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내기 학부모들을 위해 25년 차 초등 교사로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자, 일단 부모의 걱정스런 눈빛은 잠시 접어두자. 아이는 부모의 불안한 눈빛을 기가 막히게 감지한다. 부모가 불안해한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지금 부모가 할 일은 아이에게 믿음의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너는 잘 해낼 거야, 내가 아는 우리 아들, 딸은 어디서든 잘 적응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눈빛을 보내보자. 불안은 전염된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하다. 부모가 긍정적이면 아이도 긍정적이다. 생각해 보시라. 지금 그 누구보다 불안한 사람은 아이일 것이다. 낯선 학교, 낯선 공간, 낯선 선생님... 이미 아이는 유치원이나 부모로부터 학교 가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학교 가면 더 힘들 것이다, 혼날 것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을 수 있다. 아이에게 초등학교라는 공간은 뭘 잘 해내야 하는 공간,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께 혼나고 뒤처지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기간만이라도, 아이를 안심시켜 보자. 어차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지 않은가? 제 아무리 무섭고 마귀할멈 같은(?) 담임선생님이라도(요즘 초등학교에 그런 선생님은 거의 없다) 잡아먹진 않을 테니, 부모부터 안심하자.
두 번째, 아이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자. 초등학교에서 만날 선생님과 친구들,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하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가 입학할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담장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다. 신입생 안내자료에서 받은 교실 배치도를 함께 보며 건물에서 아이의 교실이 어디쯤 일지 함께 추측해 보자. 이제 막 8세가 된 아이에게 초등학교라는 공간은 익숙하지 않기에 두려울 수 있다. 부모의 손을 잡고, 학교를 미리 둘러보며 마치 놀이를 하듯 교실을 유추해 본다면 아이의 두려움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엄마 아빠 어린 시절 초등학교 이야기와 친구, 선생님 이야기를 해도 좋다.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에게나 낯선 초등 1학년 시절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일련의 거쳐가는 과정임을 받아들일 것이다. 오늘은 자기 전에 초등학교 입학 적응에 관한 그림책을 몇 권 함께 읽어보자. 책을 읽고,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떤지 물어봐주자. 아이의 마음 상태를 읽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 불안의 50%는 잠재울 수 있다.
셋째, 학교 생활을 위한 몇 가지 연습은 해도 좋다. 아니, 꼭 해야 한다. 부모들이 흔히 생각하는 선행 학습이 아닌, 스스로 생활하기를 위한 선행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첫날 학교에 가면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쯤이면 첫날 일정이 이알리미 같은 학교 공지사항에 올라있을 것이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체 입학식장에 들어서고, 입학식이 끝나고 부모와 갑자기 헤어져 아이는 교실로, 부모는 신입생 학부모 연수를 위해 강당에 남아있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어 갑작스러운 이별에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주면 좋다. 간혹 부모와 떨어져 담임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이동할 때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책가방을 열고 닫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새로 구입한 책가방의 사용 방법은 부모가 아닌 아이가 연습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말도 하지 않고 가방 이곳저곳 주머니에 필요한 소지품을 넣어두는 경우가 있다. 유치원과 달리 초등에서는 아이의 소지품을 선생님이 대신 꺼내주지 않는다. 유치원은 보조교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초등은 교사 1명이 학급 전체를 상대하기도 하고, 케어보다는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자신의 소지품 정도는 스스로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한글이나 수학과 같이 학습과 관련된 부분이 뒤처질까 염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은 학습보다 중요한 기본 생활이 뒤처지는 아이들이 훨씬 많다.
여기서 학교 가기 전에 반드시 익혀두어야 할 긴급 생활 습관 3가지! 이것만은 꼭 익히자!
첫째, 화장실 혼자 처리하기, 특히 대변!
의외로 초등 입학 후에도 혼자 대변 처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생리적인 현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반드시 대변 처리 연습은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화장실을 참거나 바지에 소변이나 대변을 지리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초등 교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화장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발 부모의 로망 충족을 위해 벗기 어려운 옷을 입히지 말자. 예를 들어 멜빵치마나 바지, 여자 아이들의 경우 잘 벗겨지지 않는 스타킹, 후크가 있어 아이 스스로 벗기 어려운 바지 등이다. 저학년 때는 무조건 활동하기 좋은 트레이닝복이 장땡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엘사 옷같이 거추장스러운 치마는 체육 시간에도, 화장실 가기에도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둘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연습시키기.
실내화 갈아신기, 실내화 가방에 실내화 집어넣기, 가방 메기, 겉옷 옷걸이에 걸기, 젓가락질 등등 입학식 다음 날부터 아이는 스스로 해야 할 일 투성이다. 집에서 자주 해 본 아이들은 이런 기본적인 활동을 능숙하게 해낸다. 부모가 옷도 다 걸어주고, 가방도 메주고 모든 것을 부모가 해줘 버릇했던 아이들은 벌써 이런 활동부터 표가 난다. 몹시 어색해하고, 소근육 발달도 늦다. 소근육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불편이 많다. 책상 서랍에서 책 꺼내고 집어넣는 것도 힘들다. 한 아이는 소근육이 잘 발달되지 않아 화장실 문고리 여닫기를 못해서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 경우도 보았다. 특히 젓가락질의 경우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셋째, 오후 스케줄 알려주기
요즘 초등학교는 입학 첫날이나 둘째 날부터 방과 후 활동이 시작된다. 돌봄 교실, 늘봄교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교문 하교 시 부모 픽업 또는 태권도나 학원 픽업 등등... 하교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간혹 학부모들은 학교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아이 스케줄을 모르냐 하겠지만,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다. 초등학교는 반과 학생 수가 더 많아 아이들의 스케줄을 일일이 체크하기 어렵다. 물론 최대한 구멍이 없도록 1학년 담임교사 및 늘봄 실무사님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각 아이별 스케줄을 챙기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아이가 요일별 자신의 스케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일 아침 아이에게 방과 후 가야 할 곳을 알려주고, 수첩이나 알림장에 1주일 스케줄표를 적어주고 함께 확인하면 좋겠다. 이를 2주일 정도만 같이 해도 아이는 금방 학교 생활에 익숙해진다. 3월 첫 주나 둘째 주, 오늘은 늘봄교실 가는 날인데 아이는 교문에 가 있다거나, 학원에 가야 하는 날인데 돌봄 교실에 가서 한참을 찾아다니며 학교 내 미아가 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자, 이 모든 것을 다 하지 못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누구도 완벽을 바라진 않는다. 당신의 아이는 점점 자랄 것이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며 적응해 나갈 것이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심지어 학교가 재미있다고 하게 될 것이다.
걱정은 금물!
부모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아이를 불안하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