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여고 2학년 오삼남
시 _ 어머니
00여고 2학년 오삼남
어머니,
당신은 바위가 됩니다.
모난 험곡이 비바람에 깎이듯,
당신도 그렇게 부서져
이제는 단단한
바위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국화향이 됩니다.
비바람이 매몰차던 그 해
국화는 유독 알찬 향내로 진동했지요.
그러나 당신,
국화향을 사모하던 당신은
그보다 백배더, 무수한 세월이 묻어낸
고운 향내로
지금, 빛난답니다.
당신은
달빛이 됩니다.
캄캄한 어둠 속 나그네 길
두려움을 몰아내던 달빛처럼
그 날, 내 손을 꼭 쥔
당신의 체온은
작은 가슴 속 두려움을 몰아내는
환한 빛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새벽이 됩니다.
이불을 털고, 몸빼바지를 입는 분주함은
하루, 일년, 내가 걸어온 십칠년...
늘 변함없이
신선한 분주함으로
오늘도 새벽을 깨웁니다.
나는,
단단한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부드러운 국화향내에 지친 영혼이
소망을 찾고,
험한 인생 산행에 달빛처럼
다사로운 인도를 받고,
나태할 때면 새벽으로 오신
당신 덕분에
시들어가는 삶의 무대를
깨우며 살아갑니다.
세상을 향해
걸음마하는 당신 딸이
무슨 깨달음이 있으리이까마는
당신, 그래도
수족을 돌보지 않은 정성으로
돋아난 이파리가
꽃피울 준비를 합니다.
더 많이 아프고
눈물 흘리는 세월 남아있지만
당신 옷자락 향내, 두 손에 살작 움쳐
가슴 가득 보듬어품고
새벽을 깨우던
많은 당신네들처럼
달빛은 아니어도
촛불 하나 밝혀드는
빛이 되고자
오늘도 부서지고,
끝없이 깨어져
천지만물 이고도 끄덕없는
단단한 바위가 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