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앞에서 내가 배운것들

by 작은 집 깊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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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마음을 닫았다

20대 초반,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
소개해준 사람은 그 사람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괜찮은 집안의 장남이며,

공직자에다가 인성도 훌륭하다는 얘기였다.

못 이기는 척 만나보니,

정말 유순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 이후,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내가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못된 사람이었나,

부끄럽고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 사람은 왼쪽 새끼손가락 한 마디가 없었다.
나는 그 손을 보는 순간 마음을 닫아버렸다.

나는 마치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본 듯 표정이 굳어져 버렸고,

도망치듯 자리를 나와버렸다.


못난 시선, 잘못 배운 마음

어릴 적 우리 동네엔 소 여물용 기계가 유행했다.
짚을 손으로 잡고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잘라주었지만,
한눈 파는 순간 손가락이나 손목이 잘리는 사고가 잦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며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병신 지나간다.” “손 없는 병신이야.”
아이들조차 그런 말에는 아무렇지가 않았다.

나도 그 시선을 그대로 물려받았었나 보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세상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고,

공감과 배려는 한움큼도 자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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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돌아본 날, 장애인 협회에서

IMF 때, 투잡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장애인 협회 일을 도운 적이 있다.
하반신 마비, 뇌성마비, 선천적 장애를 가진 분들이 함께 계셨다.
나는 그들의 이동과 식사 보조, 심부름 등을 도왔다.

첫날 점심시간.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음식을 먹자고 했지만,

나는 웃으며 밥을 먹는 그들 옆에서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화장실에서 토했다. 그리고, 나는 무너졌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자식을 키우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 못돼 먹었니?’

그날 밤,

내 일기장에는 반성의 글이 빽빽하게 메워져 있었다.
마음 하나만 바꿔먹자 했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처럼.

신기하게도 그다음 날부터,

그들과 대화하며 웃고, 밥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들을 보면 측은지심과 동시에 존중의 눈빛이 먼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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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마주한 또 다른 반성

몇 해 전 지하철에

뇌성마비 아가씨 한 명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움찔거리는 몸짓,

마치 죄인처럼 눈치를 보며 앉아있었다.

대부분은 힐끗 한번 보고는 휴대폰에 눈을 돌렸지만,

한 60대 아주머니는 어린 손녀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저런 거 보지 마라. 더러워라. 왜 쓸데없이 돌아다녀…”

나는 화가 났지만, 입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극적인 성격탓에 남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나.

나는 깨달았다.
'나도 그 아주머니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야'
내가 그 아가씨에게 60대 아주머니 못지않게

또 하나의 상처를 준 사람 중 하나였다는 것을 깊이 반성했다.


희망을 전해주는 사람들

장애인 협회 회장님은 20대 중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셨다.
휠체어를 타고도 늘 유쾌하고 긍정적이시며,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누구보다 애쓰시는 분이다.

“이렇게 살다가 하늘이 부르면 가는 거고,
내가 더 할 일이 있으면 좀 더 살고 그런 거지.”
병상에서 웃으며 하신 그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말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재난이나 사고 앞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경시하지 마. 절대 그러면 안 돼.”
우리 아이들은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때 기꺼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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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기전에 나는 실수를 했고,

무지했고, 못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성하고 변화할 수 있었기에

조금씩, 그들과 마음을 나눌수 있었다.

그때 소개팅에서 나의 무례함에 상처받았을 그 사람,
지하철에서 고개 숙이며 죄인처럼 앉아있던 그 아가씨,

그리고 지금도 세상의 시선속에

조용히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조용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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