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바람 쐬러 나가보실래요?"

by 작은 집 깊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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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어르신, 바람 쐬러 잠깐 나가보실래요?”

오늘도 수쌤이 다정한 목소리로

어르신들을 챙기고 계신다.
우리 병동에서 최고 간호사인 수간호사님을

우리는 자연스레 '수쌤'이라 부른다.

간호조무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수쌤처럼

환자에게 진심을 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탓일까.
나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간다.
정겹고 안쓰럽고...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심의 깊이'라는 점에서는,
내가 감히 수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그분은 어르신들을 마치 자신의 부모처럼, 가족처럼,
때론 자기 몸처럼 세심하게 돌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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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배려


하루하루, 수쌤의 다정한 루틴

아침이면 어르신들의 상태를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그날의 컨디션, 상처 유무, 식사 여부,

틀니 상태까지 꼼꼼히 살핀다.
눈곱을 손으로 떼주며 다정히 웃어드리고,
치매 어르신들의 말 한마디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으신다.


소화 상태, 대소변 양상, 숨소리, 기침 소리까지…
그 모든 작은 변화에도 귀를 기울이신다.
오로지 어르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나는 그런 수쌤을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이라 부르고 싶다.


무거운 침묵의 리더십

수쌤은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이 병동을 지탱하는 무게가 담겨 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사…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
그럼에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으시고,

궂은일도 솔선수범하신다.


병동 안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도
어느 누구 하나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
그건 수쌤의 품성과 태도가

이 공간 전체에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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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돌봄


어르신들은 참 복이 많으신 분들

수쌤을 만난 우리 병동의 어르신들은

참 복이 많으신 분들이다.
존중과 진심, 그 흔치 않은 따뜻함이

이 병동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나 역시 어르신들의 삶을 존중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들이 견뎌온 인생은 누구보다 값지다.
참 어렵고 힘든 시대를,

참으로 용기 있게 살아오신 분들.
지금 이 고단한 말년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발자국 하나하나가

다음 세대에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오늘따라 나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품어주셨던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병으로 떠나보내고,
가난한 살림 속에서

혼자 네 아이를 책임졌던 할머니.
그러다 두 아들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을 때,
세상이 무너지듯 애끓는 통곡 소리...

할머니는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먼저 떠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세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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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기록

이름을 불러주는 존중

우리 병동의 어르신들 또한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견디고 살아오신 분들일 것이다.
“복채 씨~” “재순씨~” “교장선생님” “박사장님”
이름이나 옛 직함을 불러드리면

어르신들은 꽤 좋아하신다.

그저 누군가의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까?


앞으로도 나는 그들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이 작은 세상에서 남은 여정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곁을 지켜드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 여정의 끝이 오면—
큰 고통 없이, 조용히
편안한 잠처럼 떠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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