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 부모가 되다.

3화 : 문제아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때

by 작은 집 깊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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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딸아이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입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들 예닐곱 명이

단체로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약을 많이 먹은 건 아니라

큰 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축 늘어진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딸아이를 보는 순간,

안도감과 함께 한 가지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혼을 내야 할지,

껴안아야 할지 모르겠는 복잡한 감정.
그 와중에도 딸아이는 내 눈을 피했고,

반성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낯선 표정, 낯선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며칠 후,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아이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얼마 전 설치한 위치추적 앱을 켰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의 위치가 학교 근처로 찍혔다.

서둘러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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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헤맨 끝에,

학교 운동장 한편에서

딸 또래의 아이들 서너 명이

모여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딸아이는 나를 보자 화들짝 놀랐고,

아이들은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집에 가자. 늦었잖아. 너희도 얼른 들어가렴.”

나는 딸아이의 손을 잡아끌었고,

그 순간 아이들이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쏟아지는 말들.


“씨 X, 뭐야 이 아줌마는.”
“엄마면 다야? 혼자 가시라고요.

사나워지기 전에.”

순간, 나는 낯선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거칠고 무례한 말투. 나를 둘러싼 날 선 눈빛.
그 사이에서 딸아이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딸아이는 그 무리 중에서도

한 아이와 유독 가까워 보였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의 지원으로 자매 둘이

원룸에서 지내고 있었다.


입이 거칠고, 말끝마다 협박이 섞여 있었지만

딸아이는 그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엄마, 걔가 너무 불쌍했어.

자기를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 했어.”

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동정심 많은 아이, 마음이 여린 아이.
그 성향이 딸을 더 깊은 어둠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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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상담도 받게 하고, 대화도 자주 시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리어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반복되는 갈등.
아이의 행방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던 나날.
조언 하나 구할 사람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막막한 현실.

그 모든 순간을 지나며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IMF의 충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너진 가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는 오랜 시간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곧 부모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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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정작 내 아이의 외로움, 아픔, 상처는
나는 전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를 곱씹으며 알게 되었다.

부모의 길은,
경제적 능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사랑과 소통의 긴 여정이라는 것을.

아이의 내면을 조금만 더

일찍 들여다보았더라면,
그 외로움에 진심으로 다가갔더라면
딸아이의 사춘기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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