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두뇌: 정보는 넘치고 의미는 사라진다

by 서인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빛이 아닌 ‘알림’을 본다. 메일 12개, 단톡방 알림 37개, 뉴스 속보 3건, 유튜브 추천 영상 5개, 그리고 쇼츠 12개. 아침은 더 이상 햇살로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의 하루는 정보의 소용돌이 안에서 깨어난다.

우리는 정보에 잠식당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에 "젖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지 않는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지식 대신 피로를 얻고, 의미 대신 반응을 습관화한다.

존 네이스빗은 말했다. “We are drowning in information but starved for knowledge.”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허우적대지만, 지식은 허기지다.

정보 과잉은 단순한 풍요가 아니라, 일종의 감각 마비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링크를 클릭하고, 수백 개의 댓글을 읽고, 수천 개의 쇼츠를 넘긴다. 하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어떤 통찰도 아니고, 단지 피로일 뿐이다. 정보의 총량이 커질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줄어들고, 사고는 단절된다.

스마트폰의 스크롤은 뇌의 주름을 편다. 한 장면의 기억조차 오래 남지 않는다. 뉴스는 분노를 유도하고, 영상은 자극을 자극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하기보다 '느끼는 척'하고, 곧 잊는다. 감정은 소비되고, 의미는 실종된다.

멀티태스킹은 뇌를 고갈시킨다. 화면을 넘기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지만, 뇌는 멈춰 있다. 집중이 되지 않고, 단문만을 받아들이는 뇌는 점점 더 생각을 거부한다. 긴 글은 부담스럽고, 느린 설명은 귀찮다. 우리는 사고를 피로로 느끼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 이거 봤었는데…” 하지만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거 유명했잖아”라며 공유는 하면서도, 왜 유명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른다. 우리는 순간적인 반응만을 기억하며, 사건의 본질은 놓쳐버린다.

기억은 짧아지고, 감정은 얇아진다. 정보는 풍부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점점 사라진다. 결국 우리는 묻는다. “나는 오늘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에드먼드 버크는 말했다. “To read without reflecting is like eating without digesting.” 생각 없이 읽는 것은 소화하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 우리는 지금, 생각 없이 먹고 있다.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이제는 정보가 우리를 휘두르고 있다. 뉴스 알림은 하루를 통제하고, 알고리즘은 감정을 이끌고, 자극은 선택보다 먼저 찾아온다. 우리는 능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피곤해진다. 뇌가 쉼 없이 반응만 하다가 결국 지쳐간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건 짧은 영상 한 편. 하지만 그마저도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었는가. 내 삶은 왜 이토록 흐릿한가. 의미 없는 정보에 물든 채, 우리는 오늘도 침묵하는 두뇌를 데리고 살아간다. 그 피로가 마음까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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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를 시로 표현해 보자면,

정보의 바닷속을 헤엄쳐
물기에 젖어버린 옷처럼
무거워져 버린 시대
절어버린 마음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네

– 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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