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검은 속삭임

by 서인



살인은 갑자기 찾아왔다.

처음엔 단순한 충돌이었다. 그는 마약 거래처 중 한 명과 말다툼을 벌였고, 상대는 그의 시스템 결함을 문제 삼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딴 앱을 쓰고도 기술자랍시고 앉아 있냐?”

술에 취한 사내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이청백의 귀에 웅웅거리는 이명이 울렸다. 마치 오래된 공장에서 들리는 금속 마찰음 같았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정확히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마약으로 무뎌졌던 감각이 순식간에 뜨겁게 살아나는 느낌.

모텔 뒷골목. CCTV는 없었다. 가로등은 나갔고, 주변은 썰렁했다.

그림자가 속삭였다. "지금이야. 기회야. 넌 얕잡아보는 인간을 그냥 두는 타입이 아니었잖아."

이청백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술이 옅게 열렸다. "조용히 해."

하지만 조용히 하지 않은 것은 그였다. 주먹이 날아갔다. 사내의 턱이 틀어졌고, 피가 튀었다. 그는 휘청거리다 벽에 부딪히고 쓰러졌다. 그 순간, 발끝에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벽돌.

생각은 없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첫 번째. 벽돌이 사내의 이마에 꽂혔다. 두 번째. 입에서 피가 솟았다. 세 번째. 손가락이 경련했다. 네 번째. 고요가 찾아왔다. 다섯 번째. 그가 속삭였다. “시끄럽다고 했잖아.”

그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고, 심장은 고막을 때릴 만큼 빠르게 뛰었다.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공포의 떨림이 아니었다.

해방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 뼈가 부서지는 감각이 손바닥에 남아 있는 듯했다. 피가 옷깃에 묻어도, 그는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림자가 이번엔 옆이 아닌, 귓가에서 속삭였다. "좋았어. 첫맛이 어땠어? 아직 끝이 아니야. 더 깊이 빠져들어 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인간의 미소가 아니었다.

며칠 후, 그는 자신을 감시하던 경찰관의 이름을 알아냈다. 내부 고발이 있었는지, 경찰은 그의 회사 주변을 자주 어슬렁거렸다. 노골적인 감시.

그는 경찰의 귀가 루트를 따라다녔다. 하루, 이틀, 삼일. 그리고 드디어 타이밍이 잡혔다.

비 내리던 저녁, 어두운 지하주차장. 이청백은 검은 패딩을 입고,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쇠파이프.

그림자는 속삭이지 않았다. 이번엔 그냥,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둘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경찰이 차량에 손을 대는 순간—

파이프가 허공을 가르며 떨어졌다.

첫 번째. 후두부. 두 번째. 목덜미. 세 번째. 정수리.

파이프는 두개골을 부쉈고, 뇌수가 터졌다. 피는 바닥을 타고 흘렀고, 이청백의 신발은 그 위를 밟고 섰다.

그림자는 그 옆에서 박수를 쳤다.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이번엔 완벽했어. 넌 진짜야. 예술이야."

이청백은 시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대로 천천히 떠났다. CCTV 없는 곳만을 골라 걸었고, 우산도 쓰지 않았다. 비가 그의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을 씻었다.

그날 밤, 그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자, 파이프가 내려올 때의 감각이 손에 되살아났다. 툭. 툭. 툭.

그는 속삭였다. "기술과 살인의 차이점은, 감정뿐이야."

그림자가 웃었다. "아니. 이제 그 차이도 없지. 넌 그 선을 지웠어."

이청백은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밤, 그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그림자는 그의 침대 곁,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둘은, 함께 밤을 지새웠다.

그 새벽,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검은 그림자의 시선이 등을 따라왔다.

냉장고 속에 숨겨두었던 필로폰을 꺼내, 가루를 라인으로 갈았다. 흡입. 시야가 환해졌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오늘 올 수 있지?”

낮은 목소리. 그녀는 곧 도착했다.

그녀는 그가 만든 딥페이크 영상의 피해자 중 하나였다. 이미 그의 시스템 안에, 그의 지갑에 갇힌 여자.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촬영하지 않아. 그냥... 즐기기만 할 거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침대 위로 넘어졌다. 그는 그 위에서, 천천히 속삭였다.

“넌 내 시스템이야. 내 코드고, 내 데이터야.”

그리고 그날 밤, 그는 마약과 섹스 속에서 천천히 자신을 잊어갔다.

그림자는 옷장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여전히 그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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