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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Oct 30. 2023

나는야 메모장 인간

주절거림

나는야 메모장 인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바로 메모장을 켜 오늘 할 일들을 종이에 나열하는 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메모장에 적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확인해 나간다. 그래서 내 메모장은 언제나 무겁다. 끝낸 일들과 끝내지 못한 일들로.


언젠가 적어놨던 메모장을 펼쳐보면, 그 시절의 ‘나’와 ‘나의 삶’을 다시금 엿볼 수가 있다. 그럼 난 그 메모들을 통해 어린 날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메모장은 언제나 ‘내가 되고 싶은 나’, ‘내가 바라는 삶’,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들로 가득 차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모장에 들어가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나‘를 남긴다. 남들은 영원히 알지 못할 모습까지 남김없이 적어 나의 갈증을, 나의 열망을, 나의 못남을 표출한다.


두서없이 적은 메모에서는 나의 불안함을 발견하기도 하며, 잘 정리된 메모에서는 나의 간절함을 발견하기도 하며, 빽빽하게 채워진 메모장에서는 나의 속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메모장은 또 다른 ‘나’이다. 매일 어제의 ‘나’를 확인하고는 오늘의 ‘나’를 마주하는 일. 그것이 매일 아침 메모장을 통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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