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주절거림

by 구름

나는 ‘방황’이라는 단어가 좋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좋아졌다. 어릴 때는 이 단어가 싫었다. 부정적으로만 다가와 나는 방황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겠다고 홀로 다짐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전에서 '방황'은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함, 이리저리 헤매어 돌아다니는 상태’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뜻을 가만히 앉아 곱씹어 보자 나는 언제나 나의 인생에서 방황 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히려 한순간도 방황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소리 내어 의미를 읽어 내려가자 더욱 명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매번 어렴풋하게만 느껴왔던 그 감각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항상 방황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과거의 나와 그렇게 기억하려고 한 현재의 내가 드디어 연결된 느낌이었다. 그것에 결국 나는 입으로 숨을 쉬듯 “아, 나는 방황 중이었구나”하고 소리내어 말을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항상 어쩌면 금기시된 말처럼 속으로만 삼키던 이 말을 내뱉자 이상하게도 난 이 단어가 포근하고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무언가 이해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외면하고 있던 ‘방황’을 마주하자 드디어 그동안 복잡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알면서도 계속해서 그 사실(방황)을 부정해 왔던 것 같다. 그것을 마주 보기가 두렵고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 마주 보게 될 현실이 무서워 항상 피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방황’을 마주 하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좀 더 나를 이해하는,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 떠도는 시간들이 어쩌면 값지게 느껴졌다. 이 방황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기대감마저도 들었다. 더 나아가서는 방황의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찾아가는 이 시간이 고통스럽지만 고통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방황 끝에 나를 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이 방황을 견디어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방황’이라는 단어가 싫지 않았다. 나를 깎고 고통을 주고, 상처를 입히고, 후회를 하며 이 방황을 견디어 조금 더 나은 나를, 조금 더 나은 나의 미래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 방황의 끝이 궁금해졌다. 이 방황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가 궁금해졌다. 과연 나의 방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방황의 끝을 홀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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