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오늘 겨울을 정리했다. 조금은 서늘한 바람을 핑계 삼아 ‘아직은, 아직은..‘이라며 홀로 붙잡아온 겨울을 드디어 정리했다. 아직 밤에는 전기장판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해야만 깊은 잠에 들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겨울을 보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겨울을 정리했을지도 모르지만, 홀로 지지부진하게 붙잡고 있던 겨울을 오늘에서야 깔끔하게 보내줬다.
두툼한 겨울 니트를 만지작거리며 과연 올해 겨울은 어떤 삶을 보내고 있을지, 나는 조금은 괜찮아졌을지 따위의 생각을 하다 다시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서는 옷장 안에 넣었다. 겨울을 붙잡고만 싶었던 것은 아직도 낯선 2026년과 벌써 3월이 다 지나가고 올해가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그것을 외면하고는 손톱자국이 진하게 날 정도로 꽉 움켜쥐고만 있었다. 하지만 세상밖으로 나올 준비를 거의 끝마친 꽃봉오리들과 선선한 바람, 싱그러운 햇살,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새 지저귀는 소리에 더 이상 외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상기온 때문인지 반팔을 입어도 무관할 정도로 따뜻한 하루하루에 ‘아 그래. 그 추운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구나.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또 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오고, 또 벚꽃이 피고, 나는 비를 기다리고, 여름의 지독한 습도에 나는 아가미를 뻐끔거리고, 달콤한 입추를 기다리고, 나무가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는 눈을 기다리고, 길고 긴 어둠과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그렇게 돌아오고 나는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따뜻한 바람과 파릇함에 손가락이 꼼지락거리고 왠지 모르게 들뜨는 것을 보면 나는 내심 이 봄이 반갑고 그리웠나 보다. 치우기 귀찮고, 봄이 왔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늦게 인정하고 싶어 겨울정리를 미뤄뒀었는데, 겨울 정리를 하면서 개운함과 반가움이 드는 것을 보니 나는 봄 자체를 기다렸나 보다.
오늘 길거리를 걸으며 한결 풀어진 얼굴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온도와 공기, 따뜻한 햇살에 괜스레 좋아지는 기분에 진정 봄이 왔음을 느꼈고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추위는 끝이 났고 이제는 따뜻해질 일만 남았다. 꽃들이 만발하기를 나는 다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 사실을 이제야 마주 볼 수 있었다. 내가 기다리든 기다리지 않든 결국 필 꽃들은 피고, 그 지독한 추위는 이제 지나갔고 결국 봄이 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