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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펼쳐질 오늘“

일어나자마자 창문 너머의 상상

by 김기수


창문 너머 펼쳐질 오늘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아직 온전히 깨어나지 않은 몸을 이불속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습관처럼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까 봐 창문은 닫아 둔 채,

그러나 유리 너머로 보이는 하늘의 색을 가만히 응시한다.

연한 회색, 연한 붉은색, 그리고 연한 흰색이 섞여 어슴푸레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새벽과 아침 사이,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기 전의 시간은 언제나 부드러운 색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색들은 한껏 조용하고 나른한 기운을 풍기면서도, 어쩐지 가슴 한구석을 설레게 한다.

마치 오늘 하루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어제의 밤을 남긴 어둠이

붉은빛으로 서서히 물들고

새벽바람이 흔들어 놓은

기억들은 아침빛에 사라지네.


어제와 오늘은 다를까. 어제의 고민과 생각들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은 매일 조금씩 다르게 빛나고, 공기는 늘 새로운 날을 품고 있다.

그런 기운을 따라 오늘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

창문을 열어볼까 하다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끝으로 닿지 않아도, 코끝으로 느껴지지 않아도,

눈으로만 바라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공기의 냄새와 바람의 감촉.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아직 조용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드리운 어둠이 서서히 옅어지고, 멀리 보이는 가로수들은 미동도 없이 서 있다.

아직은 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 누군가는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는 설렘에 가슴이 벅차오를 수도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도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가로수 잎사귀 사이로

새벽이 남긴 차가운 바람이 흐르고

그 바람 틈에 실려 오는

보이지 않는 하루의 예감.


어제와 다른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가까이 다가간다.

유리창을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니 아직 싸늘한 감촉이 전해진다.

차가운 날씨지만, 오늘은 무언가 따뜻한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창가에 기대어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 기운이 더 짙어지고, 흰 구름 사이로 여명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저 멀리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흐린 새벽 속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새의 날갯짓처럼

오늘을 가볍게 맞이하길.


오늘 하루는 어떤 순간들로 채워질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창문 너머의 하늘처럼 조용히, 하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하루를 차분히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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