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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잠재된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

1화.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해버린 적 있나요?

by 김기수


1화.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해버린 적 있나요?

“도입부로 독자의 공감과 자기 질문“


— 나의 고요함이 전부는 아니었다

늘 그랬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조용해지고,

낯선 상황에선 말이 아예 사라지곤 했다.

대화보다는 관찰이 편했고,

무언가 말하려면 마음속에서 한참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지만 문득, 전혀 다른 내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렇지 않게 먼저 말을 걸고,

어색할 법한 자리에 앉아서 웃고 있는 나.

내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가?

나는 진짜 내향적인 사람 맞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모습이 어쩌다 튀어나온 ‘낯선 나’일까?


나의 고요함이 전부는 아니었다

“본문”

늘 그랬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조용해지고,

낯선 상황에선 말이 아예 사라지곤 했다.

대화보다는 관찰이 편했고,

무언가 말하려면 마음속에서 한참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 말은 내 성격을 설명해주는 가장 편한 문장이었다.

누군가와 어색해졌을 때,

말을 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쳤을 때,

쓸쓸하면서도 이상하게 안도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는 나를 정리해버렸다.

내향적, 조용함, 거리감, 조심스러움.

마치 그 네 글자가 나의 설명서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 숨어 있으면 안정적이었고,

실수하지 않아도 되었고,

다정하고 싶지만 조심스러운 나를 이해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조금은 다른 내가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모임,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

그 안에서 나는 꽤 괜찮게 웃고 있었다.

의외의 농담도 꺼냈고, 공감의 고개도 잘 끄덕였고,

누군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되물었다.

“그게 진짜 나였을까?”

“나는 진짜 내향적인 사람 맞아?”

“아니면, 그냥 그날의 감정이 그렇게 만든 걸까?”


이 질문은 곧 나를 향한 혼란이 되었다.

‘내가 정해둔 나’와 ‘문득 튀어나온 나’ 사이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때 처음 들은 말이 있다.

“사람의 성격은 선이 아니에요. 스펙트럼이에요.”


그 말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내향과 외향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를 부드럽게 흐르는 연속적인 빛이라는 말.

마치 무지개의 색처럼,

빨강에서 보라까지 경계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사람의 성향도 그렇게 흘러간다는 말이었다.


나는 내향적인 부분이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깊은 대화를 선호하며,

시끄러운 자리를 오래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마음이 열릴 때, 감정이 움직일 때,

나는 충분히 다정할 수 있고,

상대의 말에 웃으며 응답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외향적인 면이 있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단정한다.

내향적이니까 이건 못 해.

난 원래 낯가림이 심하니까 그건 무리야.

그리고 그 말 속에서,

사실은 해보고 싶은 수많은 마음들을

미리 지워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내가 말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아니며,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조심스러울 뿐이고,

느리게 다가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어느 날,

내가 먼저 다가가고 싶어졌을 때,

괜히 말이 많아진 날,

그게 어색하거나 이상하다고 느끼지 말자.

그건 ‘변한 나’가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나’가 고개를 든 것뿐이니까.



나의 고요함은 나를 지켜주는 방어막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따뜻한 외향성도 나의 일부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에요.”

이 말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나는 그런 사람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자유와 가능성이 담겨 있는지

요즘 나는 매일 실감하며 살아간다.



2화 예고:

“외향성은 성격이 아니라 흐름일지도 몰라요”

—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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