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잠재된 외향성을 가지고 있다

2화. 외향성은 성격이 아니라 흐름일지도 몰라요

by 김기수

2화. 외향성은 성격이 아니라 흐름일지도 몰라요

“도입부로 독자의 공감과 자기 질문“


—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저 사람은 외향적이니까 잘 어울리겠지.”

“나는 내향적이니까, 빠질게요.”

익숙하게 들리는 말들. 나도 자주 했고, 들어왔다.


살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정리하게 된다.

말 많은 사람은 외향적, 조용한 사람은 내향적.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그렇게 나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한 사람이니까, 이 자리는 나랑 안 어울려.’

‘나는 내향적이니까, 굳이 저기까지 나설 필요는 없지.’


그렇게 나를 구석에 조용히 앉혀두었다.

사람들 틈에 섞이지 않아도,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 않아도 괜찮은 척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곤 했다.

“나도 조금 더 다가가고 싶은데…”

“사실 나도 말 걸어보고 싶은데…”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인데,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걸까?

나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닌데, 왜 가끔 먼저 나서고 싶어질까?


“본문”

그때 내가 마주한 한 문장이 있었다.

“성격은 고정된 선이 아니라 흐르는 스펙트럼이다.”


스펙트럼.

그 단어 하나가 내 안에서 뭔가를 부드럽게 녹였다.


스펙트럼이라는 건 무지개 같다.

빨강에서 보라까지, 색은 분명 다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어떤 색인지 명확히 나눌 수 없다.

색은 서서히 번지고, 겹치고, 섞이며 자연스럽게 흐른다.


사람도 그렇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선이 아니라 흐름이다.

그날의 기분, 공간의 온도, 관계의 밀도에 따라

내가 머무는 자리가 달라지는 것이다.


어제는 조용했던 내가

오늘은 농담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고,

한 사람만 믿고 따르던 내가

어느 날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이건 이상한 변화가 아니다.

그저 내 안에 늘 있던 감정이

그날의 마음에 따라 물결처럼 움직인 것뿐이다.



나는 이제 알게 됐다.

누구나 외향적인 면과 내향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

단지 그 비율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마다 달라진다는 것.


어떤 날엔 말이 많아지고,

어떤 날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어떤 자리에서는 마음이 굳는다.


그건 단지 내 마음이 지금 어디쯤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지도일 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움직일 수 있고, 흘러갈 수 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나를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

내향적일 수도 있고, 외향적일 수도 있고,

그 둘 사이 어딘가에 머무를 수도 있다.


나는 선이 아니라 스펙트럼 위에 있는 사람이다.

흐르듯 살아가는 사람.

흘러가며 느끼는 사람.

그리고 그 흐름 안에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오늘 나는 조금 더 밝은 색 위에 서 있다.


말이 잘 나오는 날이었고,

마음이 조금 더 열린 날이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원하던 오늘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자리에 머무를 것이다.



3화 예고:

“그날, 말없이 피어난 용기”

— 외향성은 떠들썩함이 아니라, 다가서는 마음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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